경제계, 정치권 기소요구 반박
“돈·권력 아닌 罪 유무만 판단”


“많은 전문가들이 마라톤 회의에서 충분한 절차와 토의를 거쳤는데 기소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은 권고안이 민주적·합리적 절차에 따라 나온 만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무시하고 기소하라는 주장은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며 헌법 정신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헌법에 따라 돈이나 권력의 유무가 아니라 ‘죄의 유무’를 따져서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29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수사심의위가 지난 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데 대해 정치권 일각과 시민단체들이 검찰을 상대로 기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과잉·표적 수사를 막을 수 있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미국의 대배심,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비슷한 제도다. 이들 모두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독단적 판단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검찰 자체 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라며 “이번 권고를 무시하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심의위원의 전문성 논란에 대해서는 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위원들 역량을 폄훼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사안을 심의한 위원들은 검찰총장이 직접 위촉했다. 변호사 4명, 교수 4명, 회계 전문가, 언론인, 종교인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전문성을 갖춘 수사심의위가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불기소 결론을 내린 만큼 검찰이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앞서 열린 8차례 심의위에 대해서도 수사팀은 심의위의 권고를 따랐는데 이번 같은 특정 사안에서만 따르지 않는다면 ‘표적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법 정의 관점에서도 이번 사건은 수사심의위 권고대로 종료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권도경·장병철 기자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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