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올 하반기 서울시 4급 이상 간부 전보 인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이를 접한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서 실망한 기색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오는 2022년 3월 대선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기 후반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단행하는 인사이기 때문에 업무 능력과 조직 융화, 충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성과와 능력 중심의 인력 재배치”라는 서울시 인사과의 설명에도 능력과 자질에 의문 부호가 붙은 간부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정기 인사의 의미가 퇴색됐고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행정2부시장 산하 부서에 임명된 A 국장에 대해서는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박 시장의 대선 출마를 전제로 사퇴 시점을 검토한 기획조정실의 민감한 문건이 이달 초 외부에 공개됐는데, 당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서정협 행정1부시장과 함께 A 국장이 문건 작성 및 검토 관련 보고 체계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문건 유출 사실을 접한 박 시장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시청에선 “문건 작성과 보고에 간여한 사람들의 개인 통화 목록과 이메일 수·발신 내역을 확인해서라도 유출자를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존재감을 키워 3급 승진 임용된 B 국장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그간의 독단적 업무 추진 방식에 반감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은 데다 두 달 전 휘하에서 일하던 팀장급 2명이 사표를 내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B 국장에 대해서는 “공무원을 하대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겐 감정적으로 보복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충을 호소하는 직원들을 대표해 서울시공무원노조가 이달 2일 “구성원을 조직의 동반자로 보지 않고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B 국장에 대한 문제를 에둘러 지적한 바 있었다.
행정1부시장 산하에서 2부시장 산하 부서로 이동한 C 과장의 경우 여러 차례 갑질·막말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C 과장은 외부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시 산하기관 간부들을 본인 뜻을 앞세워 돌연 사무실로 불러들이는가 하면, “산하기관 직원들을 주머니 속의 장난감 취급한다”는 혹평을 받으며 단체 민원을 야기하기도 했었다. 그의 이런 태도 때문에 현 부서에서 함께 일한 직원들도 고충을 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다음 달 1일부터 C 과장이 담당하게 되는 부서 직원들은 벌써 불안감을 호소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시청 공무원은 C 과장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어 언젠간 그런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사 결과 발표 막판엔 시의회 사무처 과장급 인사 과정에서도 큰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과장급 보직을 놓고 시청 안팎의 줄다리기 끝에 D 과장을 배치하기로 추진하다가 해당 보직에 대한 인사 청탁이 난무하는 것을 부당하게 여긴 신임 시의회 의장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져 인사 배치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시의 한 국장급 간부는 “이번 인사가 너무 아쉽다”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행정 성과 극대화를 위해서 큰 폭의 보직 순환이 필요했던 시점인데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위직 공무원은 “올 4월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직원을 슬그머니 복지정책실로 지원 근무 발령을 내고 사건 무마를 시도한 행정국에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핵심 시책 성과를 극대화할 전문성을 갖춘 간부로 포진했다”며 “앞으로 시정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노기섭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