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교육감賞 신민아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벌써 벚꽃이 지고 여름이 오고 있습니다. 3개월 전 그 차갑고 냉랭하던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햇빛의 뜨거운 공기만이 제 코끝을 맴돕니다.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존댓말로 편지를 쓰니 낯섭니다. 문득 마지막 품 안에 존댓말로 쓴 편지가 있었더라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 글이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았을까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저는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더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로하려 빨리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나조차도 나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필요한 일들을 우리끼리 해내기가 벅찰 때 너무 서글퍼 눈물이 납니다. 나는 아직 많이 어리긴 어린가 봅니다.

허니버터칩이 한창 유행하던 때에 아빠는 수술을 했지요. 철없게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저는 12시간의 수술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고 놀고먹기만 했습니다. 수술 직후 아빠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병원의 위치 또한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였는지, 제 기억 속 아빠의 얼굴은 아프고 마른 얼굴입니다. 어릴 때 정말 사소한 기억들은 아픈 아빠가 다 잡아먹었나 봅니다. 그래도 아픈 와중에 혼내던 아빠가 그립습니다. 내가 먹는 걸 보는 게 제일 행복하다던 아빠 미소가 그립습니다. 뇌 한구석에 자리 잡고 눌러앉아 있나 봅니다. 다 잊어도 그날그날의 기억들은 아직 향기가 납니다.

공부를 너무 안 했던 저는 이제야 공부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성적도 10점이나 올랐습니다. 3개월만 더, 1시간만 더 빨리 공부할 걸 후회가 됩니다. 왜 이렇게 자꾸 후회가 되고 아쉬운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나에게 모든 걸 다 해줬는데 저는 못 해 드린 게 많아, 자꾸 아쉽기만 한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 아빠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엄마에게 언니에게 배로 해줄 겁니다. 아버지가 행했던 것들을, 가르쳐주셨던 사랑이 차고 넘쳐 흘러갈 때까지 베풀겠습니다. 아버지가 그리운 만큼 더 굳건히 살겠습니다. 제가 행복한 것이 아버지의 행복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아픔도 슬픔도 없는 곳에서 부디 이루지 못한 꿈들 다 이루고 계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민아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