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과 이에 맞춘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홍콩 정세가 불안해지자 국제금융가에서 도시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홍콩 금융가에서는 자금과 금융 인력의 이탈이 시작됐다고 한다. 올 4월까지 홍콩 헤지펀드 시장의 운영자금 중 3분의 1이 빠져나갔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인지 홍콩 자본의 차기 행선지를 둘러싸고 한때 여러 나라가 관심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관심 자체가 쑥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워낙 경쟁력이 뛰어난 싱가포르 때문이다.
일본도 여전히 숟가락을 얹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의 경제성장전략본부는 ‘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을 기반으로 금융 도시 도쿄를 실현한다’는 내용의 정책 건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건의문에는 해외 인재들의 비자 면제, 사무실 무상 제공 등까지 담겨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유치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는 형편은 아니다.
홍콩 주변국의 움직임과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주 ‘아시아 특급 금융센터를 둘러싼 경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성공적인 금융 센터를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열거했다. 풍부한 달러 보유고는 물론, 태환의 편리성, 낮은 세금, 인적·물적 금융 인프라 등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법의 지배에 대한 신뢰’ ‘표현의 자유’를 특별히 강조했다. 일본 도쿄는 법의 지배라는 점에 비춰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세율과 영어 사용 금융인력의 부족, 각종 면허 규제, 외국인에 대한 편견 등에서 싱가포르의 적수가 아니라는 게 FT의 지적이었다.
반면 싱가포르는 모든 조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싱가포르 정부는 홍콩 자본과 인력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가변자본회사(VCC) 허용이라는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내놓은 이 조치는 조세 피난처에 버금가는 파격적 특혜다.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외 부동산 및 헤지펀드들이 VCC 등록을 검토 중이다. 한때 홍콩 자본 유치에 관심을 보였던 한국 정부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놀라선지 최근 유치 활동을 조용히 접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각종 규제나 세금 문제에 자신이 없었겠지만, 혹시 ‘표현의 자유’ ‘법의 지배’ 등의 문구에 놀란 건 아닌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