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업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인국공에서 모두 978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문재인 정권은 치적으로 생각했던 전환 사업에 국민이 반대하는 것을 보고 당황한 것 같다. 20만 건이 넘는 반대 청원이 쇄도했고, 여론조사 결과도 부정적이다. 여권은 비난 여론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불공정의 문제가 드러난 인국공 사태를 을과 을의 갈등으로 왜곡하거나 가짜 뉴스 탓으로 매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문 정권은 19만3000명의 비정규직 인원을 전환키로 결정했고,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전환 사업에 들어간 재정과 향후 투입돼야 할 국민 부담은 천문학적이다. 여론이 부정적인 게 부담 상승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데 불공정한 취업정책은 취준생의 사기를 꺾었다. 서류도 없이 특혜 채용되거나 비공개 채용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비정규직 채용의 공정성은 의심받아 왔다. 2019년 9월 감사원도 불공정 채용 실태를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정규직 취업자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이는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공기업 또는 보안업체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은 억울하고 분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국가채무가 급증하는데 20만 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공공부문의 신규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가 오르면서 비정규직의 취업 문턱도 높아졌다. 지난 5월 기준 42만6000명의 청년 실업자와 127만8000명의 실업자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문 정권이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공공부문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인국공에서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고용된 인력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겼다. 인국공은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소방, 야생동물 통제, 운영, 설비, 보안 등의 업무까지 관장해야 한다. 용역회사가 전문적으로 관리하던 인력을 자회사에서 직접 관리하다 보니 노사 관계부터 인력의 전문성 관리까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넷째, 당장 시급한 문제는 노사 관계다. 본사의 정규직과 합의한 조항들을 새로 만든 자회사에도 적용할 것인지도 문제다. 바로 내년부터 퇴직금 산정과 월급 차등 문제 등 노사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직고용한 소방 직원과 야생동물 통제 요원에게 기존 공사 직원과 똑같은 임금을 지급할 것인지도 갈등을 빚을 불씨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그동안 인국공이 보여줬던 전문성과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섯째, 문 정권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없애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임금 차별은 해소되지 않았고, 기업 내 갈등은 더 심해졌다.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사라졌다. 인국공 사태로 전환 정책이 불공정한 정책이며 노동시장을 더 왜곡시키는 정책임이 드러났다. 또한, 이중구조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탓임이 명백해졌다. 인국공 사태의 본질은 불합리한 정책에 대한 분노다. 근로자 각자가 기여한 만큼 보상받았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은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다. 모든 근로자를 과보호한다면,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피해를 본다. 인국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문 정권이 정규직 과보호부터 철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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