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증언을 보면 유착 사건인지, 유착으로 몰기 위한 공작 사건인지 불분명하다. 기자와 검찰 간부의 ‘공모’는 말할 것도 없고 ‘강요미수죄’ 성립도 의문이다. ‘코드 수사’ 조짐도 보인다. 이런데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고 수사 지휘를 했다. 권력범죄 수사도 원칙대로 하겠다는 윤 총장을 몰아내려는 의도로 비치는 것은 물론, 지휘권 발동 요건에 안 맞고, 실체에 대한 잘못된 예단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 중립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수사 지휘권은 역대 단 한 번밖에 발동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극도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자칫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이라는 절차적 판단에 대해 지휘권을 발동했다. 수사에 부당 개입하는 직권남용으로도 볼 수 있다. 검찰청법에 검찰총장의 일선 검찰청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보장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에 대한 법 적용 타당성 및 영장 청구에 대해 두 차례나 대검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유 없이 거부하자 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것이다. 수사 내용이나 방향, 신병처리도 아닌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행위는 수사 지휘권의 영역이 될 수 없다.

추 장관은 ‘검·언 유착’으로 예단하고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가 제시됐다”고 했다. 그러나 녹취록 등을 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한동훈 검사장은 ‘로비 의혹’ 취재에 “나는 관심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한직으로 인사 조치하고, 수사 중임에도 법무부 감찰을 지시한 것은 물론 국회와 일부 언론에 수사 상황을 상세히 알려 스스로 만든 공보준칙도 어기고 있다. 사건 초기 윤 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차례 균형 있는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중앙지검은 제보자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검·언 유착’이라고 보도한 MBC에 대해 압수수색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이러니 ‘제2의 김대업 사건’이란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국기(國紀) 문란의 죄상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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