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걷고싶은 길’조성
기존 9코스 700리 보행길에
2030년엔 14개 300리 더해
생활길·주제길 등 맞춤으로
친환경 바닥에 곳곳에 쉼터
‘뚜벅이 축제’등 국제대회도
부산은 산, 바다, 강에 온천까지 품은 사포지향(四抱之鄕)의 매력적인 걷기 장소로 유명하다. 바닷가를 걷다 보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을 벗어나면 강이 있고 몸이 피곤하면 온천이 반겨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외 산책 붐이 일면서 최근 부산 도보 관광에 대한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시에 직접 신청한 갈맷길 안내지도 및 도보인증수첩 건수만 해도 올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5배가량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장기계획으로 2030년까지 ‘걷고 싶은 1000리(400㎞)길’을 완성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길의 용도에 따라 주제를 정해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모든 길에 대해 보행 방해물을 제거하고 평탄화 작업 등으로 보행환경도 크게 개선할 계획이다. 도시 전체의 포괄적인 정비사업을 포함해 7조684억 원이 드는 대형사업이다.
우선 현재 도심, 해안, 산속에 조성한 ‘갈맷길’ 700리에 다시 이 길 사이를 연결하는 14개 보행길 300리(122㎞)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갈맷길은 부산시의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다. 1252억 원이 투입돼 중심지를 연결하는 14개 보행길은 역사·문화·해양·생태·쇼핑·먹거리 등의 주제를 정해 개발된다.
낙동강생태문화길, 동래역사문화탐방길, 피란역사문화길, 수영역사문화이야기길, 생활문화체험길, 미래산업유산길, 철도옛향수길, 아세안자연생태길, 감성예술길, 오후의맛기행길, 오감만족행복길 ,과거와미래산업길, 평화와청년문화의길, 삶의생각길 등이다. 기존 갈맷길 700리(9개 코스 21개 구간)의 콘텐츠도 대폭 강화된다.
부산시가 마련한 ‘부산 도심 보행길 조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300리 길을 포함해 기존 갈맷길 등 1000리 길의 가치 개념을 사람 보행의 질 향상 및 권리 확장으로 잡아 ‘걷기 좋은 부산’(2021∼2023년), ‘모든 시민의 길’(2024∼2026년), ‘지구보행 문명도시 도약’(2027∼2030년)을 목표로 3단계로 나눠 완비된다. 길의 특성에 따라 시민 삶과 밀접한 ‘생활길’과 주변 이야기를 담아내는 ‘주제길’로 나누되 필요에 따라 서로 중첩되는 방식으로 안전·편리·건강·매력이 있는 길로 바꾼다는 것이다.
모든 길에 대해 보행에 좋은 친환경 바닥 포장, 신체 약자를 위한 안전손잡이 설치, 차량 속도 저감 수단 도입, 높은 턱과 지나친 경사가 없는 보행로 조성, 주변 맞춤형 가로공원·쉼터 조성, 비상안전시스템 체계 구축 등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길을 만들기로 했다. 시는 또 지하철 환풍구, 간판 등 방해 시설물을 정리하고, 보행로 및 상가의 경계 부분 평탄화 작업도 진행한다. ‘뚜벅이 축제’와 세계보행포럼, 지구보행원정대 행사 등 국제대회를 개최해 세계적으로 걷고 싶은 도시라는 점을 적극 알릴 방침이다.
관광코스 개발도 본격화해 시와 부산관광공사는 5월 말부터 사람 중심 보행정책에 맞춰 부산 도심 속 도보 테마 관광 프로그램인 ‘2020년 걷기 좋은 부산, 미션 워킹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 투어에서는 각 지역의 환경에 어울리는 캐릭터 스토리텔러와 함께 6개 테마 코스를 걷고 즐길 수 있다.
보행길 주변 명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서구 암남동 갈맷길 인근에는 추억의 명물 송도구름다리(일명 출렁다리)가 18년 만에 ‘송도 용궁구름다리’로 재탄생해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국·시·구비 49억 원을 투입해 건설한 송도 용궁구름다리는 길이 127m, 폭 2m 규모로 암남공원에서 바다 건너 작은 무인도인 동섬 상부를 연결해 주변 해안 기암절벽 등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현재 주말에는 입장을 위해 줄을 설 정도로 하루에 1만∼1만2000명, 평일에도 3000여 명이 올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말 농협이 부산시민공원 내에 조성한 미세먼지차단숲, 대나무숲, 농업테마숲산책길에는 물레방아와 섶다리 등이 설치돼 고향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논·밭·과수농사 체험도 가능해 호평을 받고 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도심 보행길 300리를 더해 1000리 길이 완성되면 부산 전역에 대한 보행축을 재정립해 세계적인 걷기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기존 갈맷길에 특색 있는 친환경 의자 및 벤치, 도보인증대(스탬프), 갈맷길 안내센터, 라운지(포토존) 등의 교체 및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부산시 ‘걷기 좋은 부산추진단’ 직원들은 최근 4개월 동안 700리 갈맷길 모두를 직접 걸으며 보완사항을 점검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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