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남편(영화)이 운영하는 서울 이태원의 한 가게에서 만났습니다. 친구가 분위기 좋은 가게가 있다며 함께 가자는 말에 별생각 없이 찾은 곳에서 평생 인연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바 형태의 테이블에 앉아 점장인 남편과 수다 떨며 술을 마셨는데 다음 날 아침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자기 가게를 당시 제가 운영하던 작은 맛집 블로그에 올려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블로그 취재를 핑계 삼아 혼자 남편 가게에 들러 편하게 대화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얼마 뒤 정식으로 데이트했습니다. 전날 술을 마신 남편이 첫 데이트에 지각했는데도 별로 화가 나지 않더군요. 저녁으로 둘이 합쳐 고기 8인분을 해치우고 파전을 안주 삼아 맥주도 한잔 한 후 지하철역에서 헤어졌습니다. 지하철을 탄 뒤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려는데 초콜릿 포장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제 가방에 쓰레기를 몰래 버린 줄 알고 ‘대체 이 사람 뭐지?’ 했는데, 고백편지였습니다. 사실 저는 앞서 경험했던 연애들이 모두 제가 상대에게 퍼주는 연애였던 탓에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나치는 말로 이야기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가 기념일마다 챙겨주는 남편의 세심한 마음에 ‘이 남자랑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 연애 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준비 과정에서 남편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저는 웨딩사진 촬영 날 미리 준비해간 왕관을 씌워주며 제가 먼저 프러포즈하기도 했습니다. 살다 보면 계속 연애하는 마음으로만 살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서로 예쁜 말 많이 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난 남편을 만나 정말 많이 변했어. 그리고 변한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좋아. 갈수록 날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많이 아껴줘서 너무 고마워. 난 더 바라는 것도 없어. 지금처럼만 재미있게, 우리답게 잘 살자!”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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