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10㎏짜리 6000포대
집에 먹을것 있으면 마음 든든
쌀 바꿔 PC방가던 소년가장들
마음 문 열고 연락 줄 때 보람”
“죽으라고 돈만 벌면 뭐한대요… 자식들에게도 옆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르치고 싶어요.”
이민식(60·충남 아산시 모종동) 전 온양온천라이온스클럽 회장은 아산의 ‘나눔 봉사왕’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과 부인, 두 아들 등 가족 모두 기부를 습관으로 삼는 ‘봉사가족’으로 꼽힌다.
쌀 유통업을 하는 이 전 회장은 올해 현재 아산시에 포대당 3만3000원 하는 10㎏ 쌀 1300포대(4290만 원 상당)를 기부했다. 당초 올해는 월 100포대씩 연간 1200포대를 기부하기로 시와 약정을 맺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이웃이 급증하면서 6개월 만에 1년 목표를 초과했다. 이 전 회장의 이 같은 나눔 활동은 벌써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 전 회장이 기부한 쌀은 포대당 10㎏ 기준으로 6000여 포대(2억여 원)에 이른다.
이 전 회장이 기부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 1997년 외환위기로 운영하던 운수업이 어려워지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트럭에서 먹고 자며, 하루에 2번이나 부산을 왕복하는 고생 끝에 재기했다. 손을 댄 쌀 유통사업이 안정되면서 봉사가 하고 싶어 2006년쯤 라이온스클럽에 들어갔다. 온양온천라이온스클럽 회장을 2대에 걸쳐 연임했다.
이때부터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 가정, 외국인 근로자, 아동보육시설, 다문화가정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가 보내는 쌀이 배달됐다. 매년 설날이면 4㎏짜리 떡국 떡 100~300상자도 후원하고 있다. 사비 3000만 원을 들여 베트남 다문화가정에 ‘사랑의 집’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10㎏짜리 쌀 한 포대면 2인 가족이 한 달을 먹을 수 있다”며 “집에 먹을 것이 있으면 그래도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쌀 기부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쌀을 돈으로 바꿔 PC방에 가던 소년소녀가장들이 ‘그래도 밥은 챙겨 먹어라’는 설득에 마음의 문을 열고 쌀이 떨어졌다는 연락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나눔 유전자’는 두 아들에게도 전해졌다. 큰아들 원호(27·대학생) 씨는 고교 시절부터 봉사클럽 회장을 맡아 봉사를 해오고 있다. 둘째 태호(24·대학생) 씨는 군에서 모은 월급 전액으로 전역 후 쌀 100포대와 연탄을 기탁했다. 아내 이숙희(52) 씨도 라이온스 여성클럽을 통해 연탄과 김장 봉사 등을 열심히 했다. 이 전 회장은 “나눔은 재산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숨어서 하는 기부가 미덕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의 나눔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아산=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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