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특임교수

소수 의견 무시한 다수의 횡포
위원장 독식하고 의안 맘대로
35兆 추경 날림에 징벌적 증세

안보팀 개편은 임기 말 신드롬
초조감에 남북관계 올인 의도
尹총장 사퇴 겁박은 후안무치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량처럼 더불어민주당의 폭주가 멈출 줄을 모른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내려온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던 국회 상임위원장 직을 제21대 국회에서 여당이 독식한 이래로 여당의 다수 횡포(tyranny of majority)가 그침이 없다. 여당이 5일간의 졸속 심의 끝에 35조 원대의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집권 후 21번째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다시 한 번 더 다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 증세(增稅)라는 징벌적 과세의 칼을 빼 들려고 한다. 여당 의원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제1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한 시기를 노려서 여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국가 예산과 부동산 정책 등을 속전속결로 해치우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셈이다.

거대 여당의 독주가 현실화하는 바람에 의회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을 존중하지만, 다수가 소수를 무시하면 다수의 횡포로 인해 민주주의는 망가지게 된다. 다수가 항상 옳지는 않을 수 있으므로 소수 의견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수 의견이 옳은 경우에도 소수 의견을 제약하면 다수가 왜 옳은지를 알려 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소수 의견은 충분히, 완전하게,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여당 의석이 176석에 우군을 합하면 5분의 3이 넘기 때문에 여당은 사실상 개헌(改憲)을 제외하고는 국회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서둘러 추경을 졸속으로 통과시키고, 종합부동산세 증세 카드를 꺼내고, 검찰총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을 해결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2차례에 걸쳐 추경을 집행했으므로 이제 1, 2차 추경의 경제적 효과를 철저히 평가한 후 이번 3차 추경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면 종합부동산세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21번의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심층 분석하지 않고 국민의 부담을 가중할 증세안을 내놓는 건 너무 뻔뻔하다. 특히, 윤 총장을 사퇴시키려고 여당을 비롯한 집권 세력이 온갖 술수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 후안무치의 절정이다.

제1야당이 없는 틈을 타서 여당이 추경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것은 결국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아니라 배척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오만이 결국 스스로를 망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여당이 야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무리하게 부동산 정책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를 비롯한 국회 현안을 처리하면 여당 혼자 정치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추경, 부동산 정책, 공수처, 검찰 개혁은 완벽할 수 없으니 언젠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의 강한 정치적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현안을 처리하려고 서두르는 진짜 이유는 아마도 문 정부의 ‘임기 말 신드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5년 단임제에서 마지막 해에는 모든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기 때문에 4년 차에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2022년 3월에 대선이 예정돼 있어 내년 봄까지 이 정권이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내려고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

최근 박지원 전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에 지명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대북 불법 송금사건 관련 뇌물죄로 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그를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은 이 정권이 망가진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얼마나 초조해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이 모두 겪은 것처럼 이런 노력이 결코 역사에 남는 업적을 만들지는 못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과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었다. 전자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반발만 초래했고, 후자는 성사됐지만 남북 합의 사항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제 여당은 정치적 욕심을 너무 부리지 말고, 긴 호흡에서 국회 운영은 물론 국정 현안을 야당과 함께 의논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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