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단색조의 자극에 대해서는 해석과 참여가 능동적이고 지속적이다. 세필과 계조가 풍부하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정지윤의 그림은 한 폭의 마술적 판타지다. 즉흥의 덧칠(wet on wet)로 유명했던 밥 로스가 그린 숲을 드로잉으로 리빌딩해 골격을 세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작가는 잉크와 흑연만으로 그린 화면 속으로 자신의 심연에 도사리고 있던 이미지들을 낱낱이 소환해내곤 한다.
풍등이 대낮처럼 밝히고 있는 몽환적 밤 풍경. 꿈에 본 듯한 울창한 나무들 틈으로 정령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나무 기둥마다 옹이 같은 눈들이 감지된다. 이 신비의 숲은 상상하는 만큼만 보여준다. 이제 오랫동안 갇혀 있던 우리의 상상력이 드디어 나래를 펼칠 시간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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