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진단

감염병 대유행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학 백신보다는 생태 백신, 행동 백신에 기대를 걸어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겸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지난 6월 25∼26일 이틀 동안 서울대에서 ‘기후변화와 공중보건의 위기’를 주제로 열린 기후변화학회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단순 병원균을 죽이는 화학 백신보다는 브라질 원시림 보호 등 생태 백신과 사회적 거리두기, 손 자주 씻기 등 행동 백신에 중점을 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국가·국제적인 차원의 환경·보건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역설했다. 최 석좌교수는 이에 대해 “에코-프렌들리를 넘어 에코 중심 사회가 돼야 한다(‘environment-friendly’ To ‘eco-centered’)”는 해법을 제시했다.

백신이 나와도 변이가 심한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후변화학회 부회장이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장을 지낸 김호 교수는 기자와 만나 “백신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라고 보기엔 변수가 많다”면서 “백신의 가격이 적정하게 측정될지, 그래서 코로나19에 걸린 모든 사람에게 접종될 수 있을지, 특히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협조할지 등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는 최근 인도, 브라질, 칠레, 멕시코 같은 비선진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어 백신이 개발돼도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백신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용 역시 큰 문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억 명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181억 달러(약 21조7900억 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공중보건 위기에 봉착했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나왔다. 김동현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같은 학술대회 강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불확실성의 시기에 확실한 두 가지가 있다”면서 “2차 대유행이 올 것이란 것과 올해는 방역만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공중보건의 위기인 이유로 ‘지역사회 내 건강 문제가 통상의 보건의료체계와 자원으로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이 된 것’을 꼽았다. 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실재적, 잠재적 공포를 경험하고 정상적 사회활동이 극도로 위축된다는 점에서 재난의 ‘비예측성’ 면이 특히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해결해 나갈 과제로 △공공·필수의료체계의 강화 △신설되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정책, 사업, 교육, 연구를 통합하는 ‘공중보건원(Public Health Institute)’ 설치 등을 통한 공중보건 인프라 강화 △지역 중심 보건의료체계로의 재편을 통한 지역거점 방역조직 건설, 중앙-지방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시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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