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 침체는 당초 예상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는 심해지는데 자산 가격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기업 실적 부진에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 또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자산 가격 버블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췄더니 풀린 유동성 때문에 자산 가격 버블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의 확대재정정책도 통화량을 늘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늘어난 채권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은 더 증가한다. 시중 유동성 증가는 필연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을 초래해 주식과 부동산 수요를 늘리고, 이렇게 생성된 자산 가격 버블은 재정건전도가 나빠지거나 수출 감소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때 꺼질 수밖에 없다. 버블 붕괴는 금융회사 부실과 자본 유출로 이어져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통화정책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이는 기업 투자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경기가 부양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나 재정 지출 확대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늘어나게 해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실제로 기업 투자는 경기를 살리는 데 중요하다. 자동차·전자·화학 등과 같이 우리의 주력 산업이 지금과 같이 경쟁력을 갖게 된 데는 기업의 장기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까지는 정부의 산업정책이 기업의 장기 투자를 끌어냈다. 그러나 정치체제가 5년 단임제가 된 1990년대부터는 정책 당국이 장기간이 걸리는 산업정책을 수립하기 어렵게 됐으며, 대신에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선도해 현재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중국의 추격으로 주력 산업의 중국 이전이 가속화하는 시기에 기업 투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의 중국 이전으로 우리 경제는 새로운 구조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리쇼어링하려는 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기업 투자는 중요하다.
기업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과도한 노사 분규와 생산성을 넘는 임금 인상을 안정시켜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여줘야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막고 노동자의 후생도 높여야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 신산업에 기업 투자가 늘어나도록 해서 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경제는 변화에 직면해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산업 구조의 변화도 예상된다. 자산 가격 버블 없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정책 당국은 기업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기업 또한 신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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