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획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밝혔듯이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남겨 놔야 하므로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시정철학’이라며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했다.”

이 기사를 읽고 두 번 놀랐다. 첫째는 획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그린벨트를 푸는 것이라는 발상이고, 둘째는 여권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이 이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반대한다는데 얼마나 날을 세울지는 모르겠다.

지난 6월 26일 ㈔건설주택포럼 주최로 열린 ‘서울 집값 잡을 수 있는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필자는, ‘서울시 권역별 실질주택수요 기초조사’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다. 여기에서,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지난 60년 동안 아주 강력한 동심원 구조가 심해지고 있으며, 그 구심점이 되는 특정 지역의 가격이 계속 고공 행진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서울 및 수도권 주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42.6%가 서울의 동남권에 주택을 구입하고 싶어 했다. 즉, 이러한 대기수요가 있는 한, 구심점이 되는 강남의 집값은 물론 구조적으로 연관돼 있는 수도권의 집값 상승은 억제할 수 없다.

현 정부는 1가구 1주택이라는 1980년대에 개념화된 이념적 수요를 근간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주택정책을 세우다 보니, 그 대책이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주택시장은 실질수요를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실질수요란, 1가구 1주택의 실수요를 포함해 노후·은퇴·결혼·직장·건강·취미 등의 이유로 가까운 미래의 삶을 대비한 생활수요를 포함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서울의 동남권만 해도 매년 17만 호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만큼 특별 공급 대책이 필요한 건 틀림없다.

정부·여당의 발상이 그린벨트를 풀어서 싼 땅에 저렴한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그 결과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에 보금자리주택의 실패로 드러났다. 동심원 가격 구조의 고착화가 진행되는 형국에서 서울의 특정 지역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지 않으면 집값은 절대 잡을 수 없다. 그걸 외면하고 대책을 내놓으니 집값 안정 정책이 아니라 세금폭탄 정책이란 비아냥을 듣게 된다.

그린벨트가 대량으로 풀리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이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해왔기에 도시계획 차원에서 볼 때, 지금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훼손이 불가능하거나 훼손해선 안 되는 매우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들이다. 현재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된 것은, 그린벨트 규제를 통해 형성된, 서울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려한 경관과 공기의 질을 높여 주는 허파와 같은 숲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미 서울 및 수도권은 그린벨트를 해제한 곳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한다고 해서 집값이 잡히는 구조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어렵게 지켜온 수도권의 허파인 그린벨트에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실질수요를 위한 주택정책이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자고 나면 임기응변 식으로 쏟아내는 말잔치가 주택정책이 돼선 안 된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서, 수요 있는 곳에 용적률을 높여주거나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살고 싶은 곳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현실감이 있는 국토 및 주택 정책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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