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파주 종단 ‘울트라대회’
새벽 3시 30분 이천 통과하다
면허취소 수준 음주車에 치여


부산에서 경기 파주까지 국토를 종단하는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남성 3명이 9일 새벽에 차도를 달리다 음주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들은 도로 가장자리를 나란히 걷다가 뒤에서 달려드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화를 입었다. 이들은 각자 사고를 피하기 위해 배낭에 유도등을 달아놓았지만, 운전자가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0분쯤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를 가로지르는 경충대로(왕복 4차로) 경기 광주 방면으로 향하던 마라톤 대회 참가자 A(65)·B(61)·C(59) 씨 등 3명이 D(30) 씨가 몰던 쏘나타 차량에 치였다.

이번 사고로 온몸을 크게 다친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A 씨 등은 지난 5일부터 열린 ‘2020 대한민국 종단 537㎞ 울트라 마라톤 대회’ 참가자로, 부산 태종대에서 출발해 파주 임진각으로 가던 중이었다. 대회 참가자 75명 중 후미 그룹에서 경주하고 있던 이들은 사고 방지를 위해 배낭에 짧은 막대 모양의 유도등을 매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10일 오후쯤 임진각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사고는 체크 포인트 지점에서 500∼60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으며, 당시 A 씨 등은 인도 쪽 2차로에서 횡대로 나란히 걷던 중이었다. 전체 코스에는 5대의 보호용 차량이 배치됐으나, 사고 당시 피해자들 주변에는 보호용 차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D 씨의 음주 정도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129%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D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블랙박스 등을 확인한 결과 D 씨는 사고 당시 시속 60∼70㎞로 주행, 과속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D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대회 주최 기관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은 이번 사고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대책 본부를 구성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회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참가자들이 사망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며 “경찰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만큼 사고 수습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민국 종단 537㎞ 울트라마라톤대회는 지난 2000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연맹이 주최·주관해 개최해왔다.

이천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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