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가끔 어린아이 같아”
연인 칭찬에 작품 써내려가
때론 ‘감정의 과잉’ 흐르기도
“나는 지금 음악으로 가득 차 넘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언젠가 당신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끔 당신이 어린아이같이 생각돼요’라고. 이 말의 여운 속에서 작곡한 곡들입니다.” - 1838년 3월 18일, 로베르트 슈만이 클라라에게 쓴 편지.
1838년 슈만은 클라라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랑의 힘은 슈만에게 끝없이 넘쳐흐르는 음악적 영감을 줬고 슈만은 그저 펜을 들어 적기만 하면 됐다. 사랑으로 넘쳐나는 곡들이 완성되면 슈만은 누구보다도 클라라에게 먼저 악보를 보여줬고 클라라는 피아노로 연주했다.
“당신 가끔 엄청 아이 같은 거 알아?” 어느 날 연인으로부터 뜬금없이 이런 칭찬을 받은 슈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마도 그녀를 향한 자신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송두리째 꺼내어 보여주고 싶을 만큼 벅찬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에서 넘쳐흐르는 고백을 참을 수 없어 작곡한 곡이 그 유명한 ‘어린이 정경(Kinderszenen Op.15)’이다.
이 작품에서 슈만은 자신이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풍경과 시성을 곡에 가득 채웠다. 이는 곧 그녀를 향한 숭고한 사랑으로 충만한 고백이었을 것이고 그녀를 향한 초대였을 것이다.
슈만은 낭만주의 음악의 선구자이고 그 최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자신이 낭만주의 음악의 문을 연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대표 작곡가이며 그의 일생 또한 낭만주의적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문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시상, 클라라와의 운명적 사랑, 양극성 장애로 인한 기쁨과 슬픔의 극단적 체험 그리고 그로 인한 투신자살 시도까지. 슈만의 음악과 삶은 그 어떤 작곡가보다 낭만적이고 또 파란만장했다.
낭만주의는 균형과 조화로 대변되는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이다. 낭만주의는 마음의 음악이다. 끝없는 질문 그리고 갈등과 모순, 열정과 정렬로 요동치는 감상의 폭발이 균형과 조화에 우선한다. 그로 인한 감정의 과잉은 낭만주의 음악의 특권이다.
슈만의 낭만성은 시성으로 가득 차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선율, 춤을 추는 듯 자유로운 리듬 그리고 짙게 드리우는 여운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행복한 순간, 연인을 향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충만한 순간에 그는 날카로운 리듬이나 열정적이고 유려한 멜로디로 노래하지 않았다. 그 모든 감정을 이끌어 내는 원천이자 그의 낭만 음악을 이끄는 원동력은 바로 ‘어린이의 눈과 마음’이었다.
동심은 결국 호기심을 잃지 않는 태도, 두려움 없는 열정일 수 있다. 이런 거침없는 태도는 때로 우습고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슈만이 이런 동심을 지닌 덕에 ‘어린이 정경’과 같은 곡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안우성 클래식 월담 대표
[ 오늘의 추천곡 ]
‘어린이 정경’
‘어린이 정경’을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이 어린이를 위해 작곡한 작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은 슈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작곡한 작품이다. 슈만은 그의 친구이자 동료 작곡가인 카를 라이네케(Carl Heinrich Carsten Reinecke·1824∼1910)에게 이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한 어른의 단상’ ‘어른들을 위한 추억거리’라고 말한 바 있다. 슈만은 유년의 회상과 벅찬 영감으로 가득 찬 30곡을 먼저 작곡한 뒤 그중에 12곡을 추려내고 나중에 한 곡을 더 추가해 총 13곡의 피아노 모음곡 형식으로 발표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