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42번가’ 송일국
“부족한 춤·노래,무대는 기적
관객 업어드리고 싶은 심정”


“아직은 스스로 점수를 매기자면 ‘C⁰’정도인 것 같네요. 언젠가는 자신 있게 ‘A⁺’를 줄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달 개막한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당대 최고 연출가 줄리언 마시를 연기한 송일국(사진)은 자신을 이렇게 겸손하게 표현했다.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릴 적부터 뮤지컬은 동경의 대상이었다”며 “부족한 춤과 노래 실력에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송일국의 뮤지컬 출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6년 첫 데뷔도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서였다. 1996년 국내 초연 이후 20년 넘게 폭넓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뮤지컬 배우를 향한 시골 소녀 페기의 꿈과 도전을 그린다. 소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가 스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이 바로 마시다. 송일국은 “아직 노력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거듭 자신을 낮추면서도 4년 전 첫 공연 때보다는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엔딩에 등장하는 ‘Forty-Second street’를 포함해 두 곡을 불러요. 레슨도 열심히 받고 나름 죽기 살기로 매달린 덕분에 성량이 훨씬 나아졌죠(웃음). 더 중요한 건 캐릭터에 인간적인 고뇌를 입힐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달리 보이는 것도 생기고, 그동안 여러 새로운 경험도 한 덕분일 거예요.”

송일국은 청산리 대첩 100주년 기념 뮤지컬 프로젝트에 제작자로 참여한 것이 마시 표현에 특히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청산리 전투를 이끈 김좌진 장군은 송일국의 외증조부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인데 직접 해보니 제작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홀로 외롭게 챙겨야 하는 직업이더라고요. ‘극단을 이끄는 마시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작자를 경험하면서 전체를 보는 시야가 생긴 것도 큰 소득입니다.”

송일국은 감염병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채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을 보면 업어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겠죠.”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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