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지난해 가을 홍콩 시위 현장에 갔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광복홍콩(光復香港) 시대혁명’이라는 깃발과 구호였다. 홍콩의 젊은이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애초 이 구호는 홍콩 자치운동을 벌이던 에드워드 렁(梁天琦·29)이 2016년 입법회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내놓은 캐치프레이즈였다. 처음엔 중국의 보따리상들에 의해 상권을 빼앗긴 신계(新界) 동쪽 지역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광복’을 사용했다. 나중에 홍콩의 자유와 민주를 옥죄고 인권과 자치를 침해하는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반대로 확장됐다. 지난해 범죄인 중국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투쟁에 나선 시위대는 ‘홍콩의 중국화 반대’라는 컨센서스로 이 구호를 외쳤다. 홍콩 젊은이들에게 ‘홍콩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렁은 몽콕 지역의 노점상 철거 반대 투쟁에서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6년형을 받아 현재 수감돼 있다.

지난 1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이 구호와 깃발은 이제 금지됐다. 홍콩 경찰은 이 구호와 깃발을 홍콩 보안법에 의해 범죄로 규정된 국가 분열이나 정권 전복의 의도를 갖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날 한 남성은 ‘광복홍콩 시대혁명’이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꽂고 시위를 벌인 혐의로 홍콩 보안법 위반자로 처음 기소됐다. 국제 금융 도시 홍콩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홍콩 민주진영 인사가 쓴 책이 도서관에서 사라졌고, 언론사들은 ‘자기 검열’에 들어갔다.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스티브 창 영국 런던대 중국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학살의 피 없는 버전”이라며 “학살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어 다시는 항의할 생각조차 못 하게 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홍콩인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조슈아 웡(黃之鋒·23) 전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우리는 홍콩 보안법 반대를 외치며 ‘독재’와 싸우고 있다”며 “지금이 홍콩을 지지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웡과 함께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투쟁인 ‘우산혁명’을 주도한 네이선 로(羅冠聰·26) 전 입법회 의원은 해외로 망명해 ‘국제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영국 데일리메일에 보낸 기고문에서 “전 세계가 중국과의 무역 거래보다 홍콩에 대한 지지와 인권 우선을 보여준다면 홍콩의 저항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옥과 시위 현장, 해외에 있는 에드워드 렁과 조슈아 웡, 네이선 로 3명은 외부 지원이 절실한 홍콩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홍콩 보안법이 통과된 지난달 30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1984년 중·영 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하며, 공동성명과 홍콩 기본법에 따라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며 안정과 발전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과 우리 정부의 공통 가치인 자유와 민주, 인권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영국·독일·일본 등 27개국이 홍콩 보안법 폐지를 촉구한 성명에서 우리 정부는 빠졌다. 지난해 홍콩에서 만난 조지프 청(鄭宇碩) 전 홍콩대 교수가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악수를 청하자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며 간절한 눈망울로 “한국인들이 홍콩 민주화를 적극 지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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