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신년 인사차 온 정치인·언론인들에게 말했다. “대통령 임기 3년이 지나면서 시작되는 권력 누수는 항우장사가 와도 못 막는다”. 세상의 민심으로나, 정치사적으로나 타당하고 입증된 말. 문재인 대통령 임기도 지난 5월 10일을 기점으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문 전 의장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 정권 누수의 키워드는 정책, 비리, 부동(不動)이다.
첫째, 정책. 임기 3년이 지나면서 정책 성적표가 나온다. 경제는 소득주도성장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은 데다 최근 부동산 파동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북한을 최우선시하는 외교·안보 정책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상징하듯 파국을 맞았다. 아무리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탁월하게 포장한다고 해도 내용까지 바꿀 수는 없다.
둘째, 비리. 검찰은 늘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 죽은 권력을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권 1∼2년 차에는 비리가 쌓이지 않는다. 권력의 서슬에 조심도 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발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3년 차부터 정권 관련 비리가 드러나고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는 것.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관련 비리와 권력자 유착 의혹, 신라젠 사건, 이상직 의원의 이스타항공 편법 상속 의혹 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 정권은 앞선 정권들과 달리 현 정권 수사를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고 하니 검찰과 갈등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막을 수는 없다.
셋째, 부동. 문 대통령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을 파악하라고 문 대통령이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지시한 것이 2일인데, 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최 차관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박양우 장관도 마찬가지다. 법무부와 검찰이 협력하라는 명(命)도 통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문 대통령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은 문 대통령 대신 차기 권력을 향해 분화 중이다. 친문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해서 통보하는 식의 당정회의는 하지 말라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문은 상징적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50% 가까이 된다. 40%를 넘으면 국정 운영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 뜻대로 국정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이 레임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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