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감시설비·주거지 등
核시설 모든 특징 갖고 있어”
싱가포르 회담중에도 새 구조물
추가 핵시설 존재 가능성 커져
향후 美·北 관계 또다른 변수로


북한이 평양시 만경대구역 원로리 일대에 핵탄두 개발에 사용되는 시설을 운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2018년부터 비핵화 의지를 내세워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지속해온 셈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8일 CNN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원로리 시설은 감시설비와 내부 주거지, 지도부 방문 비공개 기념비, 지하시설 등 북한 핵 시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과학자를 우대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핵 시설 지역에 고층으로 주거지를 짓고, 지도부 방문 후 기념비를 세운다는 점 등 북한이 보여준 통상적 행보와 딱 맞아 떨어진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곳에서 자동차와 트럭, 컨테이너 적재 차량 등의 움직임이 포착됐고, 공장 가동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로리 시설은 2015년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진에 의해 처음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원로리 시설이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파악하기 어려워 그동안 공개하지 않아 왔지만, 안킷 판다 미국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이 곧 출간하는 책에서 이곳을 언급하면서 공익 차원에서 시설 존재 여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판다 연구원은 ‘김정은과 폭탄’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원로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기 대응능력 향상’ 지시에 따라 유사시를 대비한 비축 무기 분산 배치 장소로도 활용된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리 시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이후 비핵화 실무 협상이 본격 진행되는 와중에도 건설이 지속됐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2018년 6∼8월 새로운 구조물이 완성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원로리 시설은 미국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 회담 중에도 핵 개발을 계속해왔다는 사실과 추가 핵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을 지적해왔던 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미 국무부가 지난 6월 ‘2020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 및 이행 보고서’에서 북한에 확인되지 않은 추가 핵 시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미국 정부도 이미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비밀 핵시설 폐기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우리 군 정보 소식통은 “핵무기를 직접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시설과 관련이 없는 곳으로 안다”면서 “(외신이 지목한 시설은) 북한의 핵 개발 활동과 관련해 중요한 곳은 아니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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