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북 기조 안 변해”
에스퍼 국방장관 ‘CVID’강조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미국의 ‘유연한 입장’을 강조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비슷한 시점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즈음부터 쓰여온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대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해, 미국의 대북 협상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미·북 정상회담 언급이 11월 미국 대선 전 북한의 대미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이 9일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미·북 정상회담 언급은 비건 부장관이 방한 기간 북한에 대화를 촉구한 것과 맞물려 더 주목을 받았다. 비건 부장관은 8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됐다”며 “협상 권한이 있는 (나의) 카운터파트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명하는 순간, 북한은 우리가 준비됐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7일(이하 현지시간) 한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북한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는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3차 회담 개최) 하겠다”고 밝혔다. 미 대통령과 고위당국자가 연쇄적으로 적극적인 대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화 제스처가 북한의 대미 도발을 막고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일 뿐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기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3차 미·북 정상회담에 선뜻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에스퍼 국방장관이 7일 미국·일본·호주 3국 국방장관 회담 직후 “북한에 대해 모든 범위의 대량파괴무기(WMD)와 CVID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한 발언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FFVD라는 순화한 용어를 써오다가 돌연 과거의 CVID 표현을 소환한 것은, 북한에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관한 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 중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는 한 마주 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3차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용 이벤트일 뿐 의미 있는 핵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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