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前 시장 공관 나서며
‘4문장 유서’ 책상 위에 남겨
전날 前비서가 성추행혐의 고소
서울시 측근과 대책회의 정황도
10일 0시쯤 숨진 상태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유언을 남겼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자신에 대한 ‘미투(Me Too)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후 숨진 채 발견돼 경찰도 극단적 선택이 성추행 의혹에 따른 것인지 실체 규명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서울시는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박 시장은 유언장에서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해는)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며 “모두 안녕”이라는 인사를 남겼다. 이날 공관을 정비하던 주무관이 책상 위에 놓인 유언장을 발견했고 서울시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유언장 공개를 결정했다.
문화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박 시장의 전 비서 A 씨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다음 날인 9일 새벽까지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이에 박 시장은 8일 오후 일부 측근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시장직 사퇴 등의 대응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울시 측은 해당 회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9일 오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등산복 차림으로 시장 공관을 나섰으며, 결국 이날 0시 1분쯤 북악산 숙정문 인근 숲 나무 부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박 시장 사망이 경찰에 접수된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본격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유족 및 관계자 진술, 각종 자료를 통해 박 시장 사망 전 개인적 고민 등의 신변 상황을 총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원인과 배경 등을 규명하는 변사 사건의 조사 절차를 모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박 시장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박 시장의 통화 내역 및 각종 메시지, SNS 메신저 수발신 내역 등도 이 과정에서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직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서 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의 유고에 대해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중단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나주예·김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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