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읽으며 자연스레 겹쳐 떠오른 책이 바로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다. 지난해 7월 출간된 이 책은 수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킨 끝에 최근 1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이례적인 결과다.

김 교수는 책 제목 그대로 ‘나는 정의로운 시민이므로 각종 차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차별을 당한 사람은 있는데 정작 차별을 가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 우리의 모순된 현실을 전한다. 물론 저자 자신도 이런 모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고백한다. 책을 기획하게 된 것도 한 토론회에서 아무 생각 없이 ‘결정장애’라는 말을 내뱉은 뒤 참석자로부터 “잘못된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서였다.

책은 ‘내 안의 차별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성 소수자와 장애인·이민자들이 편견의 벽에 부딪히는 현실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은 ‘내 안의 차별주의자’의 문제의식과 그대로 겹친다. 다만 신간이 철학적 이론서에 가깝다면 김 교수의 책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내달린다. 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차별’이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이후 치열한 문제 제기와 토론을 통해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완벽하지 않아도 모두가 있는 그대로 환영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출판사 창비는 10만 부 판매를 기념해 이달 중 커버를 양장으로 바꾸고 디자인도 추가한 특별 한정판(1만 부)을 내놓을 계획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