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을 떠올린다. 남북전쟁으로 분열 위기에 놓인 미국을 구한 통합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학 전문가나 정치학자들이 대통령 리더십 조사를 할 때마다 링컨은 늘 1위다. 최근 미 공화당 소속 선거전략가들은 ‘링컨 프로젝트’라는 명칭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을 조직해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링컨이 ‘소환’된 것은 분열상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목표는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이다. ‘해당(害黨)’ 행위를 해서라도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끌어내는 게 링컨이 만든 공화당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자 미국의 국익이라는 믿음이 확고한 듯하다.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 취임 때의 맹세를 저버린 트럼프를 패배시키는 것이 애국적인 미국인들의 의무”라는 이 단체 설립 취지에선 그 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바이든을 위한 43동창(43 Alumni for Biden)’이란 슈퍼팩도 결성됐다. 역시 공화당 소속이었던 제43대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만들었다. 이런 캠페인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들의 행보는 미국 민주주의가 자정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은 트럼프를 추방함으로써 링컨이 견지한 통합의 가치와 미국의 국익을 지키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미 공화당 인사들이 링컨 정신을 강조하며 ‘당익(黨益)보다 국익(國益)’ 원칙을 견지하는 것은, 한국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민주화 세력이 주축이지만, 이제는 당파성에 입각해 청와대의 하명을 받들고 정권 재창출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김대중(DJ) 정부 출신 박지원 전 의원이 국가정보원장에 지명됐을 때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한 말은 더 혼란스럽다. 문 정부가 추진해온 분열적 정책의 폐해를 잘 아는 그가 최소한 DJ 통합정신이라도 꺼냈다면 좋았을 텐데 ‘대통령에게 충성’이란 표현을 쓴 것은 과했다. 그 충성이 국익 및 헌법적 가치와 충돌할 땐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북정상회담용 4억5000만 달러 대북송금 관여 때도 충성심으로 했을 텐데, 그런 역사가 반복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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