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조기 총선이 10일 치러졌다.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이끄는 여당의 승리가 전망되지만 아버지인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유산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동생 리셴양(李顯陽)이 야당에 입당한 후 치러진 선거여서 두 사람의 ‘형제의 난’이 싱가포르의 여당 독식 구조에 균열을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총선 투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1100개 투표소에서 시작됐으며,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당선 윤곽은 이날 오후 10시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당인 인민행동당(PAP)과 10개 야당이 93개 의석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외신들은 일찍부터 PAP의 승리를 전망했다. PAP는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가 세운 정당으로, 1965년 독립 이후 치러진 17번의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직전 2015년 총선에서는 지지율 70%로 89석 중 83석을 획득했으며, 성적이 가장 안 좋았던 2011년 총선에서도 60%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 전망이라는 변수가 PAP의 득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코로나19 사태 중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해 왔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득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60% 아래로 떨어질 경우 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민심에서는 패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셴양의 야당 입당 효과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6월 24일 전진싱가포르당(PSP)에 입당한 뒤 “PAP 정부는 엘리트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화를 줘야 할 때”라며 연일 형의 리더십을 비판해왔다. 두 사람은 리콴유 전 총리의 장·차남으로 2017년부터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리셴양은 리셴룽 총리가 자택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으며, 아들 리홍이(李鴻毅)에게 권좌를 물려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리셴룽 총리는 아버지의 후계자인 고촉통(吳作棟) 전 총리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총리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리셴룽 총리는 지난달 29일 “이번 총선은 가족 간 분쟁에 대한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미래에 대한 투표여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리셴양은 바로 “투표를 통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PAP의 시대를 종식시키자. 거대 정당이 된 PAP는 더 이상 국가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지 않는다”며 반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