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사실상 수용했다. 추 장관이 지시를 관철한 셈이지만, 최악의 법치(法治) 훼손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검찰의 독립·중립성 훼손은 있었지만 장관이 직권남용 시비를 부를 만큼 대놓고 ‘권력’을 휘두른 사례는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정권이 구체적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나쁜 길을 만들었다. 다만, 대검은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사태가 발생’이라는 법리를 분명히 함으로써 추후에 시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형성적 처분’이라는 의미는 추 장관의 행위가 ‘미수(未遂)’ 아닌 ‘기수(旣遂)’ 상태가 됐다는 의미로, 직권남용 여부를 따질 때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미 야당은 추 장관을 그런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런 법리 논란과 별개로, 추미애·윤석열 충돌 사태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집요한 시도가 집권세력 안팎에서 노골화하는 와중에 벌어져 더욱 고약하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 참모들을 인사 조치하는 등 윤 총장을 ‘식물 검찰총장’처럼 무력화하다 보니 중대한 권력 비리(非理) 사건 수사가 실종됐다고 할 정도로 유야무야되는 사태에 직면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에서 하는 울산시장선거 공작 사건 수사는 4월 총선 이후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못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 폭로로 시작된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유용 의혹 사건 역시 두 달 넘도록 윤 의원 소환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추 장관 아들 군 복귀 거부 사건 수사도 5개월째 지지부진하다. ‘옵티머스 사건’‘라임펀드 사건’ 등 정권 핵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사기 사건이 속출하고 있지만 전문 수사 부서가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개혁’이라는 핑계로 해체됐다. 이미 코드화된 법원의 행태도 심각하다.

이런 법치 붕괴의 책임은 추 장관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문 대통령은 1월 인사를 통해 핵심 검찰 간부들을 좌천시키고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학 후배인 이성윤 검사장을 임명하는 등 코드가 맞는 인사들을 중용했다. 이들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함께 윤 총장과 각을 세웠다. 추 장관의 행태도 문 대통령 비호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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