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반 드 벨드가 1999년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18번 홀에서 물에 빠진 공을 살피고 있는 모습과 18번 홀 샷 상황 기사. 더 메일 홈페이지 캡처
장 반 드 벨드가 1999년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18번 홀에서 물에 빠진 공을 살피고 있는 모습과 18번 홀 샷 상황 기사. 더 메일 홈페이지 캡처

최종일 18번홀 3타차 선두 여유
무리한 티·세컨드 샷에 3타 잃어
연장서 분루 ‘클라레 저그’ 놓쳐
佛골프의 영웅 등극 기회 물거품


1999년. 100년 만에 최고로 재수 없는 골퍼가 나타났다. 프랑스 출신 장 반 드 벨드였다. 그는 골프가 생소한 프랑스에서 거의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최고의 행운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오히려 가장 불행한 20세기 선수가 되고 말았다. 그를 불행으로 몰고 간 건 브리티시오픈(디 오픈)이었다.

1999년 7월 13일부터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카누스티골프장에서 128회 디 오픈이 열리고 있었다. 이틀째부터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드 벨드가 그 주인공으로 당시 무명이었다. 그는 첫날 75타를 쳤고, 2라운드에서는 68타를 쳐 합계 1오버파가 되면서 단독선두가 됐다. 그런데 4일째 선두권은 혼전을 연출했다. 마지막 홀을 남겨놓고 드 벨드가 2위에 3타 앞섰다. 그는 마지막 18번 홀 티잉 구역에 올라선다. 그는 여유롭게 드라이버를 들었다. 골퍼 대부분은 바람이 불고 좁은 페어웨이와 갈대가 많은 마지막 홀에서는 드라이버 대신 아이언을 잡곤 한다. 그 시각 대회 본부석에서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에 우승자의 이름을 새기는 제작자는 펜을 들고, 우승이 확실시되는 ‘JEAN VAN DE VELDE’라는 이름의 철자를 확인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드 벨드는 힘껏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중계석에서 아나운서는 “3타를 리드한 상황에서 굳이 드라이버를 들어야 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20세기 최악의 재앙. 공은 프로의 샷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슬라이스를 그리며 오른쪽 페어웨이의 워터 해저드를 넘어 17번 홀로 떨어졌다. 다행히 공은 개울가 앞에서 간신히 멈췄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드 벨드는 2타 앞선 것으로 착각했다. 그는 세컨드 샷을 날리기 위해 2번 아이언을 들었다. 웨지로 레이업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에서 무리한 샷을 선택한 것이었다. 2번 아이언으로 친 공 역시 슬라이스를 내면서 관중석 펜스에 맞고 오히려 뒤로 떨어져 무릎 높이의 갈대숲에 박혔다.

드 벨드는 갈대를 향해 웨지를 내리친다. 하지만 역시 프로답지 않은, 하프 스윙도 안 되는 동작으로 공은 코앞의 개울가 물속으로 처박혔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신발을 벗고 물속에 발을 담갔다. 하지만 공은 물속에 너무 깊이 박혔다.

할 수 없이 드 벨드는 벌타를 선택했다. 프리드롭으로 친 다섯 번째 샷은 어떻게 됐을까. 공은 역시 그린 앞 벙커에 빠졌다. 불행의 연속. 벙커에서 시도한 샷도 홀 1.8m에 떨어진다. 다행히 퍼팅을 성공시키면 플레이오프라도 갈 수 있지만 실패하면 지게 된다. 이미 경기를 끝낸 레너드와 스코틀랜드 출신의 폴 로리는 6오버파이면서도 플레이오프를 준비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는 퍼팅에 성공하고는 마치 우승자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갤러리들의 갈채를 받는다. 하지만 4홀 플레이오프에서 무명이던 로리가 클라레 저그의 주인공이 됐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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