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출신 김신조도 찾아
“좌우·여야 떠나 세계적 영웅
정부서 홀대… 부끄러운 일”
백선엽 장군의 장례 사흘째인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도 이른 아침부터 군 관계자들의 조문으로 북적였다. 젊은 장병들부터 백발이 성한 퇴역 군인들까지 가릴 것 없었다.
이날 오전 1·21사태 때 남파된 무장공비 출신으로 빈소를 방문한 김신조(78)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는 “백 장군은 대한민국 자유수호의 뿌리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1·21사태 직후 정보기관이 인천에서 마련한 안보교육 기간에 퇴역한 백 장군이 저를 찾아와 김일성이 1967년 민족보위성 정찰국 직속 특수부대를 창설한 이유를 물어와 ‘김일성이 6·25전쟁 실패를 교훈 삼아 장기전 대신 단기(속도)전을 수행하기 위해 1만 명 규모의 특수부대를 창설해 전국을 단기간에 장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고 백 장군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비롯해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 전·현직 정치인들과 경제·사회 등 분야를 막론한 인사들의 조화 250여 개가 빈소 안팎을 가득 채웠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인근에 마련된 백 장군의 시민분향소엔 전날부터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들러 흰 국화꽃을 바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흔들리는 천막을 시민장례위 관계자들이 붙잡는 등 위태로운 상황도 이어졌지만, 우산을 받쳐 쓴 채 시민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말 없이 분향을 하거나 영전에 군대식 경례를 올리는 등 줄곧 경건한 분위기였다. 조문객 황경구(52) 씨는 “여야와 좌우를 떠나 백 장군은 세계적인 영웅”이라며 “정부 관계자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빈소를 먼저 찾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장군의 시민분향소는 1980년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를 풍자하는 보수 성향 청년단체 ‘(신)전대협’이 다른 시민단체들과 뜻을 모아 지난 11일부터 설치했다. 밤을 새워 가며 상주 복장으로 조문객을 맞던 김수현 (신)전대협 의장은 “백 장군에게 국가적 예우를 해 줘도 모자랄 판에 정부에서 홀대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라도 장례를 국민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시민분향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장례위는 백 장군의 영결식이 열리기 전날인 14일 오후 9시까지 시민분향소를 유지할 예정이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지구였던 경북 칠곡군에서도 한국자유총연맹 칠곡군지회와 함께 왜관지구 전적기념관과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백 장군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김유진·조재연 기자, 칠곡=박천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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