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알고도 무마 의혹
피해자의 경찰 고소 사실은
경찰·청와대서 유출된 정황
與, 추모 강조… 사실상 방치
野 “특임검사·국조 등 추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 사건은 피해자의 호소가 곳곳에서 묵살되고 고소 사실과 내용이 실시간으로 박 전 시장 측에 알려지는 등 권력이 ‘2차 가해’를 가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가 진상 규명을 담당하거나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력이 2차 가해로 사실상 성추행을 방조·엄호하는 국가적 시스템에서는 후진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근절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4일 여성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오랫동안 무마하거나 관련 수사 사실을 본인에게 흘리는 과정에서 경찰과 청와대, 서울시 등이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 정무라인은 피해자 A 씨가 박 전 시장 비서로 일한 4년 동안과 이후에도 지속해서 성추행을 당하면서 도움을 호소했는데도 관련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 무마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A 씨 측은 전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 일은 시장의 심기 보좌 노동이라는 대답을 듣고 더 이상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서울시 정무라인도 성추행 진정부서에 사안을 보내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력의 핵심 관계자가 지난 8일 A 씨의 고소장 제출 직후 정보를 박 전 시장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한 정황도 의심받고 있다. A 씨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경찰에서 진술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청은 8일 저녁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물론,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되는 중범죄 사안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과 서울시, 더불어민주당도 마지못해 비자발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겠지만 현 정부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연루된 정황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권력형 성추행 사건의 재발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수사기관을 통한 진상 규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은 “경찰은 수사기밀 누설 부분에서 이미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해당 사건의 조속한 검찰 송치를 요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재연·이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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