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접수 다음날 극단선택
朴전시장에 수사상황 전달
누가 유출했는지 규명돼야
警·靑 “서울청→본청→靑보고
보고과정중 朴에 유출 없었다”
법조계 “형소법상 보고라인에
국정상황실 안들어가” 지적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전직 비서 A 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사실이 거의 실시간으로 박 전 시장 측에 전파된 과정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전 유출’ 의혹에 대해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을 전달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은 사망했지만, 기밀 유출에 따른 법률 저촉 가능성이 존재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변호인 입회하에 지난 8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이튿날 새벽까지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상급기관인 경찰청 본청 생활안전국에 해당 사실을 공식 보고 절차에 따라 전달했으며, 생활안전국 여성대상범죄수사과 실무자가 오후 7∼8시쯤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구두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대통령령인 청와대 비서실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소장 접수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청 본청 또는 청와대에서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이 새어나갔거나 여권 관계자를 거쳐 박 전 시장 측에 관련 내용이 전달됐다는 사전 유출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경찰청∼본청∼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 과정 중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이 유출되진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역시 중요 사건·사고 발생 시 행정부가 청와대에 보고하게 돼 있어 과정과 절차상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보고받은 피소 내용을 박 전 시장에게 통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다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가 잇따르면서 내부적으로 송치 시점 결정에 대해선 난항을 겪고 있으며, 수사 상황 유출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공무상 비밀누설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지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엄격히 말하면 형사소송법 내규상 보고라인 중 청와대는 들어가 있지 않은데, 경찰이 이를 국정상황실에 전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정무라인의 경우 징계사유가 충분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성폭행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돼 있다. 공공기관이면 양성평등법에 따라 직무유기 등 징계사유가 된다”며 “만약 관련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증거인멸이나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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