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10년 전 충북 청주의 한 성당에서 만났습니다. 저(지은)는 언니와 함께 성당 교리교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막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남편(인식)은 같은 성당에서 역시 교리교사로 활동하던 형의 권유로 성당을 찾았고, 그렇게 저와 처음 대면했습니다. 이후 또래 선후배들과 함께 교리교사로 활동하며 친한 동네 누나·동생 관계가 됐습니다. 연인으로 발전한 계기는 남편의 입대였습니다. 휴가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는 제 모습에 호감을 느낀 남편이 제대 후 고백해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첩보영화 뺨치는 비밀연애를 해야 했습니다. 앞서 사귀고 있던 제 언니와 남편 형 간에 결혼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입니다. 사돈 간 연애가 들킬까 봐 둘이 밥 먹고 싶거나 영화를 보고 싶으면 다른 성당 후배들까지 불러 같이 밥 먹고 우르르 영화를 보러 가야 했습니다. 몰래 손잡고 영화관을 찾았다 남편의 사촌 동생과 마주치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손을 뿌리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비밀연애에 지친 우리는 주변에 사귄다는 사실을 슬며시 털어놓았습니다. 결국, 만나기 시작하고 2년가량 지나 부모님들 귀에까지 흘러들어 갔습니다. 예상대로 ‘겹사돈은 창피하다’며 양가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부모님들의 반대에 지쳐 제가 결혼 생각을 접을 때쯤 남편이 프러포즈했고, 6개월 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부모님들이 결혼을 허락해주신 겁니다. 우리 둘은 곧장 3개월 뒤로 결혼날짜를 잡았고 지난해 5월 29일 처음 만났던 성당에서 양가 부모님은 물론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을 결사반대하셨던 부모님들은 지금은 겹사돈 맺은 사실을 오히려 자랑하고 다니십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아. 조금 돌아서 온 만큼 더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