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하반기도 ‘시계제로’

끝 안보이는 코로나 비상경영
美·中무역분쟁 불확실성 커져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매각 등
생존 위해 허리띠 조이기 나서


올해 상반기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긴 국내 수출 기업들이 하반기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경기 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자산 매각과 희망 퇴직 등의 구조조정을 지속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6월 8~19일 국내 제조업체 1007개사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수출 전망은 84로 집계됐다. 1분기(94)·2분기(87)와 비교해 수출 전망이 또다시 하락한 것이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 분기 대비 증가(개선), 반대로 0에 근접할수록 감소(악화)했음을 뜻한다.

경제 전문가 대부분도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적인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수요가 갑자기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파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방 경제 구조로 대외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아무리 코로나19 방역이 잘 된다고 해도 세계 무역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있고 이들 국가의 각종 경제 지표들도 좋지 않아 국내 수출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자산매각,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쌍용자동차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 물류센터와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 부지 등 자산을 팔고 임직원 인건비도 줄였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전국 총 12개 직영 서비스센터 중 일부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 부평공장 인근 물류최적화센터(LOC) 땅 매각을 강행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팀장급 이상 임금 20%를 연말 또는 내년 1분기까지 지급 유예했다.

코로나19사태로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는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비상경영방안을 수립했다. 현대오일뱅크도 불필요한 경비를 최대 70%까지 줄이고 임원들은 임금 20%를 자진 반납했다.

정부지원을 대가로 자구안을 마련 중인 대한항공과 두산그룹의 자산 매각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협상 중이다. 기내식 사업부의 매각 금액은 1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 마리나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강도 높은 자구안을 이행 중인 두산그룹도 최근 골프장 클럽모우CC,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 협상을 마친 데 이어 두산건설도 대우산업개발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했다.

장병철·권도경 기자 jjangbeng@munhwa.com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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