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유지 바람직’ 고수하는
미국의 심기 거스를 수 있고
되레 韓 실효지배 강화 가능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당분간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保坂祐二·64·사진) 세종대 교수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ICJ 제소 가능성을 낮게 예측했다. 일부 극우 정치인의 강경 대응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ICJ 제소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독도 실효 지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일본이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사카 교수는 16일 한국정치외교사학회 주최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독도 정책 비교’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6일 마루야마 다쓰야(丸山達也) 시마네(島根)현 지사가 중앙 정부를 향해 “독도 영유권 확립을 위해 ICJ 제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극우 인사를 중심으로 강경한 외교 전략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사카 교수는 보고서에서 독도 영토 문제를 국제적으로 부각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위험 요인’ 때문에 일본이 ICJ 제소라는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선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ICJ 제소는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독도 문제는 ‘현상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인데, 아베 총리가 ICJ 제소에 나설 경우 ‘좋은 한·일 관계야말로 자국의 전략적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이다.
ICJ 제소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전략과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는 점도 일본으로서는 고민이다.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ICJ 제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에 ‘현상 유지’를 호소하면서 독도의 경우에만 ‘현상 변경’을 촉구하면 국제사회로부터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ICJ 제소는 일본 입장에서 실익은 얻지 못하고 한국의 독도 실효 지배 강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가 단독으로 소송을 제기해도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ICJ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귀화한 호사카 교수는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독도, 1500년의 역사’ 등을 펴낸 한·일 관계 전문가로 현재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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