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중에 지속적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소 사실·내용 등이 불법(不法) 유출된 진상도 경찰은 제대로 밝힐 의지가 있는지부터 묻게 한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10일 0시 1분 발견한 박 시장 사망 현장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5일에야 분석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 북부지방검찰청 담당 검사의 포렌식 지휘까지 사실상 뭉개 온 것으로, 그동안 계속 미적댄 저의(底意)가 의심스럽게 한다.

휴대전화의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 등은 수사 기밀의 불법 유출 범인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일 개연성이 커서 서둘러 분석해야 한다는 사실은 경찰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경찰 측은 “유족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등 절차를 거칠 계획인데, 삼우제를 마치면 상의를 해보려고 한다”며 장사를 지낸 3일째의 제사인 삼우제까지 엉뚱하게 들먹였다. 변사 사건 처리의 기본마저 외면한 궤변이다. 유족에게 통보만 하고 포렌식을 할 수 있다는 지적에 “상의는 잘못된 표현이었다”면서도 “아직 장례 절차가 진행 중인데, 그걸(포렌식 고지) 보내고 뭐고. 급할 것 없으니까” 운운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암호가 걸려 있어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하며 분석을 미뤄온 이유는 달리 있기 어렵다. 시민단체가, 경찰도 청와대와 함께 고소 사실 등을 유출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대상으로 대검에 고발한 사실과 무관할 리 없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경찰 입장에선 휴대전화가 유족 손에 있다면, 압수수색 영장을 쳐서라도 가져와야 할 텐데, 의도적으로 수사를 늦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개탄한 취지도 다르지 않다. 경찰은 이제라도 의혹을 키우지 말고,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내용 확인을 위한 분석에 신속·철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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