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정권연장 승부수 던질지 ‘관심집중’
‘8월 중의원 해산·9월에 총선’
자민당 안팎 구체적 일정 나와
아베도“해산, 항상 의식”언급
직접 지휘·승리땐 4연임 유력
후계자 내세워 ‘선양’도 가능
“역풍 우려” 조기실시 반대론도
“이르면 오봉(추석) 연휴(8월 15일 전후)가 끝나면 해산한다고 생각한다.”(6월 20일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안팎에서 ‘조기 총선론’이 부상하면서 일본의 정치 시계가 빨라지는 분위기다. ‘8월 중의원 해산, 9월 총선’이라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레임덕 조짐이 보이자 자민당 내에서 “이대로 1년을 버틴다면 내년 10월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는 총리 고유의 권한이다. 총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중의원을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를 수 있다. 여당이 압승하면 정권의 기반은 더욱 공고해진다.
◇가을 조기 총선론 현실화되나 = 중의원 해산은 총리와 여당이 다시 정국을 장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시기와 명분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는 ‘승부수’를 던지기에 적절한 시기란 분석이 대세다.
우선 지난 5일 치러진 도쿄(東京)도지사 선거를 통해 야당의 지리멸렬이 재확인됐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지지한 범여권 후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는 59%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야당은 분열한 채 ‘현직 프리미엄’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자민당에서는 바로 “야당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인 연내에 해산하는 게 좋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현직이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말이 나왔다.
‘빅 이벤트’에 따른 불확실을 최소화하기에도 좋은 시점이다. 특히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 문제다. 아베 총리는 줄곧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정을 과시하며 강력한 미·일 동맹을 구축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내림세를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아베 총리의 강점으로 꼽혔던 외교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된다.
도쿄올림픽도 변수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졌지만, 2차 유행이 시작되거나 백신 개발 및 상용화가 늦어진다면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내에서는 내년 3월 올림픽 개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했던 ‘아베 노믹스’도 코로나19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일본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으로 옮겨가기 전에 결단해야 하는 이유다. 아베 총리는 일단 겉으론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내심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18일 “중의원 해산 계획은 머릿속에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도, 이틀 뒤에는 “정치인은 모든 모종의 싸움 속에 살고 있다. 해산은 항상 의식하고 있다”며 톤을 바꿨다.
◇아베 총리 승부수 띄우나 = 조기 총선이 현실화된다면, 아베 총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우선 자민당 총재로서 직접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이미 두 차례나 시도해 성공을 맛본 경험이 있다.
현재 아베 총리가 처한 상황은 2017년과 매우 닮아있다. 당시 그의 지지율은 사학재단 비리 의혹으로 35%(NHK 7월 여론조사)까지 떨어졌다. 지지율이 너무 낮아 국회를 해산하면 역풍을 맞을 거란 비판도 제기됐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자 보수·우익 세력이 결집했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9월 중의원이 해산됐고, 10월 치러진 총선에서 자민당은 압승을 거뒀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구심력도 회복됐다.
3년 뒤인 현재 그의 지지율은 다시 추락하고 있다. 지난 6월(NHK 여론조사) 역대 최저치 수준인 36%를 기록했다. 당의 지지만 있다면, 다시 한 번 반전을 노릴 만하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최대 계파인 ‘호소다(細田)파(97명)’ 소속이며, 측근인 아소 부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의 ‘아소파(54명)’와 ‘기시다파(47명)’ 등까지 합치면 우군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번에도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4연임도 내다볼 수 있다.
문제는 여론이다. 지지율이 반등할 계기를 찾지 못한다면 ‘새 얼굴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질 수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69%는 아베 총리의 4연임을 반대할 정도로 아베 총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상당하다. 반면 그의 맞수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지지율 고공행진 중이다.
만약 ‘총재 교체론’이 현실화된다면, 아베 총리의 다음 선택지는 ‘선양(禪讓·왕이 자리를 물려주다)’이다. 총재에서 사퇴하되 일찍부터 후계자로 점찍어놓은 기시다 정조회장을 앞세워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기시다 정조회장의 지지율이 낮다는 게 걸림돌이지만, 계파 수로 밀어붙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차기 총리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시바파(19명)’를 이끌고 있지만, 비주류로 당내 기반이 약하다. 집권당 당수가 총리가 되는 일본 정치 구조상 자민당이 국민 여론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계파 간 합종연횡으로 당심(黨心)이 이시바 전 간사장으로 기운다면 두 선택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당 2인자이자 ‘니카이파(47명)’의 수장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최근 이시바 전 간사장을 “높은 곳을 목표로 나아가길 바라는 기대주”라고 치켜세우며 이시바파의 정치자금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밝혀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 총리의 3연임을 위해 당헌 개정을 주도한 인물로, ‘킹 메이커’로 불렸지만 최근 아베 총리와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조기 총선 반대론도 = 최악의 시나리오는 섣불리 조기 총선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아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아직은 자민당이 제1당으로서 30%대 후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심판론이 거세지고 30%대 무당층이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면 야당의 역전이 가능하다. 역대 사례를 보면 해산 카드가 꼭 여당에 유리하지도 않았다. 2009년 당시 아소 다로 총리는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떠밀리듯 해산을 선언했다가 총선에서 참패해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바 있다.
최근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조기 총선에 부정적인 태도다. 국민 여론도 아직은 부정적이다. NHK가 지난 10∼13일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기 총선 시기에 대해 ‘올해 안’(19%)이나 ‘내년 상반기’(18%)를 꼽은 응답자보다는 중의원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10월이나 그 전을 선택한 사람이 50%를 차지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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