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음악가 생상스

佛“독일풍” 獨“프랑스化”비난
해외연주 여행 대실패 뒤 휴가
작은 시골서 눈치 안보고 작곡
‘동물학적 환상곡’ 부제 붙여


프랑스 출신의 음악가 카미유 생상스(1835∼1921)는 자신의 작품 연주를 위해 1886년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두 나라에서의 연주 여행은 바그너의 추종자들과 생상스 안티 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한 해 전에 생상스가 독일 음악과 바그너에 대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는데 이게 화근이 된 것이다. 결국 오스트리아의 빈과 체코의 프라하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의 연주를 금지당하고 연주 여행은 대실패로 끝난다.

당시 음악계에서 생상스의 입지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오페라가 주를 이루던 프랑스에서는 기악 위주인 생상스의 고전주의적 작품들이 독일풍 일색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독일에서는 독일 음악을 프랑스화하며 격하시켰다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생상스는 괴로움을 잊고 여독을 풀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로 힐링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그의 친구이자 첼리스트 샤를 르부크(1822∼1893)가 살고 있었고 마침 사육제가 열리고 있었다. 르부크는 생상스에게 사육제 마지막 날 열릴 음악회에 쓰일 작품을 써보라고 제안한다. 연주 여행도 망했겠다, 비평가의 펜이 닿지 않는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생상스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제멋대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동물의 사육제’다. 휴가 중 재미 삼아 작곡한 작품이 오늘날 생상스를 기억하게 하는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이 된 셈이다.

동물의 사육제 초연은 비공개로 친구들 사이에서 진행됐고 공개 초연은 그 후로부터 36년 뒤, 생상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22년 콜론느 콘서트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됐다. 사자, 닭, 거북이, 수족관 등을 묘사한 14개의 짤막한 모음곡은 애당초 친구들과 재미 삼아 연주하려고 만든 것이기에 진지한 작곡가의 이미지를 버려가면서까지 세상에 알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안우성 클래식 월담 대표
안우성 클래식 월담 대표
생상스는 이 작품의 부제에 ‘동물학적 환상곡’이라는 부제를 별도로 붙였다. 부제를 통해 동물들을 묘사했음을 암시할 뿐만 아니라 가볍게 농담 삼아 작곡한 작품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중 고상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여긴 열세 번째 곡 ‘백조(Le Cygne)’만 출판을 허락하고 나머지 13개 곡은 자기가 세상을 떠난 후에나 출판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단단히 못을 박아뒀다. ‘오르간 교향곡’과 같은 웅장한 대작을 쓴 해에 아기자기하고 짧은 곡들의 모음곡인 동물의 사육제를 같이 창작한 것도 재미있지만 이 유머러스하고 위트 넘치는 작품 덕분에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그가 남겨놓은 고상한 작품들도 관심을 갖고 찾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생상스는 이국의 사육제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어울리며 행복감과 기쁨을 느끼고 다시금 여유를 찾았다. 그렇게 그곳에서 오르간 교향곡을 완성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안우성 클래식 월담 대표


오늘의 추천곡 : ‘동물의 사육제’

이 아기자기하고 위트가 넘치는 소품곡 모음집은 14개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카미유 생상스는 ‘동물의 사육제’라는 제목 외에도 ‘두 대의 피아노,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하모늄(소형 오르간의 일종), 실로폰, 첼레스타를 위한 동물학적 환상곡’이라는 부제를 붙여놓았다. 여기서 ‘동물학적’이라는 표현은 동물을 묘사한다는 직접적인 설명이라기보다 ‘스페셜 에디션’ 같은 일종의 위트라고 할 수 있다. 각 작품은 동물들을 묘사하기 때문에 작품마다 악기의 사용이 매우 변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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