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며칠 새 교회 소모임 등에서의 확진 사례가 많이 줄었다. 예단은 이르지만, 대다수 교회에서 방역수칙을 잘 따라주고 계신 결과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해외유입 리스크가 커졌다며 방역 강화 대상국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발표를 하며 교회를 칭찬하는 발언을 뒤에 붙였다. 이 어색한 붙임 말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기독교계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교회총연합 등 개신교계 지도자들은 전날 정 총리를 만나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8일 교회의 정규예배 이외의 각종 모임과 식사 제공 등을 금지하고 출입명부 관리도 의무화한다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사회의 다른 모임은 허용하면서 교회 소모임만 금지한 것은, 교회를 바이러스 온상으로 여겨 감염 확산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교계 각 단체는 “헌법의 종교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라며 앞다퉈 비판 성명을 냈다. 한 단체는 정권 퇴진 운동까지 천명했다.

이는 정부와 종교 단체가 감염병 사태 이후로 처음 충돌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단인 신천지를 제외하고 정통 교회 측에서 정부 방역 지침에 맞서는 일은 없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집합 예배를 스스로 금지하거나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에 반발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인 탓이다. 그 배경엔 차별금지법이 있다. 동성애를 허용하고 남성·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인정하면, 기독교 성 윤리와 가족 체계가 무너진다는 게 교계 시각이다. 법 제정 추진 측에선 그런 시각이 오해라고 하지만, 교계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법 제정에 동조하고, 이번에 교회 소모임을 금지하니 불만이 터진 것이다.

지난 13일 열린 한국교회법학회 세미나는 이와 같은 정-교(政-敎)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세미나는 정부의 교회 예배 통제는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감염병으로부터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기독교 윤리학의 우선 원리임을 강조했다. 국가의 법적 통제가 차별적이더라도 사회 전체의 안전과 건강을 추구하는 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회가 국가의 강제력을 인정하면, 국가는 교회의 영적인 통제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예배와 소모임이 신앙의 핵심임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침 위반 시 강력히 처벌하겠다며 엄포를 놓기 이전에 교단 관계자들을 만나서 상황 설명을 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옳았다. 감염병 공포를 앞세워 칼부터 휘두르는 방식은 교인들 자존심을 건드려 갈등을 자초하는 일이다.

소모임 금지를 철회해달라며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국민 청원은 1주일새 40만 명을 넘어섰다. 교계가 집단적으로 나서면 이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나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목회자들은 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론 신도들을 다독이고 있다. 이웃을 걱정하는 교회가 아니라 이웃이 걱정하는 교회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모습을 존중하며 종교와의 관계를 쌍방향 소통 식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충돌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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