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아이러니 왜 이러니 죽 쒀서 개 줬니/아이러니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꺼져라! 기회주의자여’. 가수 안치환의 신곡 ‘아이러니’의 일부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감싸고 미화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위험 수위로 치닫는 등 진영 간 뒤바뀐 대결 양상이 아이러니하다.

과거 미래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 2006년 여기자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2014년 골프장 캐디 강제추행 혐의로 법정에 선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야권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이런 흑역사를 두고 ‘성나라당’ ‘성누리당’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을 두고는 딴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고 장자연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됐음에도 ‘사실 여부를 가려 달라’고 재수사를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아무런 말씀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사방에 걸었다. 고인 빈소에서 기자에게 “나쁜 자식”이라고 욕설을 해 논란이 된 이해찬 대표는 15일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 마지못해 ‘통절한 사과’를 했다.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정의당 장혜영·류호정 의원에 대해 심상정 대표는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들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여권의 여성 정치인들은 침묵을 지키다,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사과하는 시늉을 했다. 특히 성추행 고소를 한 전직 비서를 ‘반드시 색출하자’는 여당 지지자들의 발언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사건 은폐 의혹도 확산하고 있다. 야권에서 ‘더듬어민주당’ ‘더불어미투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죽음이 모든 것을 미화할 수도, 진실을 묻을 수도 없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은 3번째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 중심의 대책과 재발방지 법안 마련에 나서는 것이 여권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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