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 필요성 부족” 이유
타살 흔적 찾기 힘들다 판단
“유출경위 알려면 폰 조사해야”
서울 중앙지검 형사2부 배당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박 전 시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성추행 피소 사실이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한 규명도 미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경찰은 우선 박 전 시장 실종 당시 발부된 영장으로 확보한 공용 휴대전화의 사망 직전 통화내역을 토대로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사인 규명에 나설 계획이지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3대 중 1대가 이른바 ‘핫라인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 피소 사실이 사전에 유출됐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통신영장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법원에서 기각됐다. 박 전 시장의 사망이 ‘타살’이라는 단서를 찾기 어려운 만큼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 등이 담긴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수사기관에서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느냐는 법원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 강제수사 필요성이 적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장소에 있던 업무용 휴대전화를 바탕으로 지난 8∼9일 통화내역을 확인해 관련자 등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통신영장을 신청한 직접적인 목적은 ‘정확한 사인 규명’에 있지만, 그간 법조계 등에서 박 전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파악하기 위해선 생전 휴대전화를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 측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직후 9일 오전까지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며 “이 사실을 극비에 부쳤음에도 박 전 시장과 서울시 측은 고소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만큼 사전유출 파악이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끝내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위 규명이 난항에 빠졌다. 현재 성추행 고소 유출 의혹 가능성에 대해선 △청와대 비선라인 △서울시 파견 경찰 등 경찰 내부 △시민사회단체 경유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누설됐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됐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은 그동안 업무를 보면서 3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은 2017년 출입기자 등 외부인에게 뒷자리 번호가 ‘8415’로 사용되는 공식 업무용 휴대전화를 공개했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휴대전화 2대의 뒷자리 번호는 모두 ‘5301’로 박 전 시장은 생전 성추행 피해자인 전직 여성 비서 A 씨 등에게 해당 휴대전화를 이용해 텔레그램 메신저를 활용,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과거 서울시가 배포한 출입기자단 수첩 등에도 뒷자리가 ‘5301’로 끝나는 또 다른 번호가 존재했고, 2017년엔 ‘3878’로 끝나는 또 다른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한 적도 있었던 만큼 향후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박 전 시장이 생전 사용한 휴대전화 개수는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김성훈·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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