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이기에 아직 공(功)을 논할 때는 아니지만, 의료진은 물론 공무원과 국민 모두의 노력만큼이나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의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이다. 2월 말 폭발적인 감염 확산으로 혼란에 빠진 대구·경북 지역에 1000명이 넘는 공보의가 파견돼 급한 불을 껐고 지난 1월 말 첫 환자 발생으로부터 두 번째 파동에 대비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전국 각지의 선별진료소에서 방역의 첨병을 맡고 있다. 공보의가 감염병과 맞서는 공공의료의 최전선을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보의와 관련한 제도는 처음 만들어진 40여 년 전과 큰 차이가 없어 주기적인 신종 감염병의 출현과 유행이 전쟁보다 인류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 2020년 현재와 맞지 않는다. 고혈압·당뇨·심뇌혈관질환 등 만성 퇴행성질환 관리 예방의 중요성, 종합적인 국민건강 증진 제고가 보건의료학적으로 중요한 지금, 아직도 무의촌 해결을 위해 의사를 배치한다는 목적에만 지나치게 함몰돼 있는 것이다.

공중보건의사 제도에서 첫 번째로 개편돼야 할 것은 제도의 목적과 방향성이다. 현행 공보의 제도의 운영 근거가 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농특법)은 가장 최근인 2012년에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의촌 해결에만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제는 대부분의 읍·면·동 마을에서 시·군·구의 주요 도시로 이동하는 데 20분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기에 일차진료 무의촌 문제는 거의 해소된 상태다. 두 번째로 공보의 제도 운영의 효과를 증진하기 위해 직역별 업무 영역을 재개편해야 한다. 현재는 의과·치과·한의과 공보의를 통틀어 ‘공중보건의사’라 정의하고 운영되고 있어 각기 다른 면허 범위를 가진 세 직군이 통합 운영돼 업무의 비효율이 심각하다. 직역별로 진행 가능한 진료기능과 보건기능이 상이하나, 이에 대한 업무 배분이 전무하므로 이를 분리 운영해 각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의 법적 인정이 필요하다. 이전에 겪었던 신종 플루·메르스 사태와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큰 차이점은 대공협 차원에서 1월부터 코로나19가 번져 나갈 것을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공협은 1월 말부터 방역대책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대구·경북 지역으로 급하게 파견이 이뤄지던 2∼4월 당시 5개 이상의 현장 실무에 필요한 중요한 자체 지침을 작성해 방역 효과를 극대화했다. 농특법 내에 보건진료소를 위한 운영협의회가 있는 만큼 효과적인 보건사업 진행과 전문성 극대화를 위해 공보의를 위한 협의회 역시 법적 인정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 공보의의 직위·직급 명확화가 필요하다. 이번 방역 현장에서 감염병 전문가인 의사에게 권한이 없어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이는 2002년 법률 개정 당시 공보의의 공식적인 직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적절한 방역대책이 바로 실시될 수 없었고, 감염폐기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위험한 상황이 많이 노출됐다.

김형갑·대한공보의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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