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품귀때 아베에 입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율을 깎아 먹은 대표적인 실책인 ‘아베 마스크’는 그의 ‘스피치 라이터’인 사이키 고조(佐伯耕三·사진)의 작품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베 총리가 여론과 동떨어진 코로나19 대응을 보인 배경에는 “총리가 매일 비서관들하고만 소통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7일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1일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불쑥 내놓은 아베 마스크 정책을 구상한 이는 사이키 총리 비서관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총리관저 최고 실세로 불리는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정무비서관이 발탁한 인물로, 최연소 총리 비서관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베 총리 연설문의 대부분은 그의 손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미디어 전략 담당 비서관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직접 만든 천 마스크를 전국 5000만 전 가구에 2장씩 배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사이키 비서관은 앞서 2월 경제산업성에 “반복적으로 빨아 쓸 수 있는 천 마스크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아베 총리에게 “전 국민에게 천 마스크를 나눠주면 불안 심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진언했다.
처음에는 천 마스크 1억 장을 생산·배포하려면 수백억 엔이 든다는 비판에 부딪혔지만, 마스크 부족 사태로 여론이 악화하자 이 정책은 결국 시행이 됐다. 그러나 마스크가 코와 입을 제대로 덮지 못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실용성 논란이 일면서 온라인에는 각종 조롱이 넘쳐났다. 또 배포 초기 불량품이 나와 대규모 회수사태가 벌어졌고 배포까지 늦어지면서 여론은 더 싸늘해져 갔다.
당시 총리 관저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이 극에 달했던 4월 12일 아베 총리는 트위터에 한 인기 가수가 ‘집에서 춤추자’라는 노래를 열창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 애완견을 껴안고 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총리 측은 “외출 자제를 당부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의료진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데 총리는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사히 신문은 “총리가 측근의 편향된 정보로만 여론을 판단하고 있어 걱정”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3개월 동안 매일 밤 관저에서 비서관들과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지냈다”며 총리와 관저팀의 폐쇄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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