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업무에 대한 인식이나마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여가부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정옥 장관이 위원장인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차원에서 긴급회의를 17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혐의 피소 9일 후에 갖는 회의를 ‘긴급’인 것으로 포장했다. 서울시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시스템상 확인되지 않는다. 구체적 사건에 관한 내용은 보고받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상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으로, 여가부의 존재 이유부터 묻게 한다.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지 올해로 20년째인 여가부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 피해 예방 및 보호’다. 여가부 홈페이지에도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주요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가부는 박 전 시장 사태에 계속 침묵하다가, 지난 14일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중단돼야 한다”는 첫 입장을 발표했다. 호칭이 ‘피해자’ 아닌 ‘고소인’이었다.

여권의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 표현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16일 내놓은 여가부 입장도 그 연장선과 다름없다. “소관 법령에 따르면 피해자 지원 기관을 통해서 보호나 지원을 받고 있는 분을 피해자로 보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면서도 “구술 방식은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는 아예 침묵했던 여가부는 현재 정원 267명, 2020년 예산 1조877억 원이다. 폐지론이 커지기 전에 제정신을 차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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