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강미선&이동탁

이 “7년전엔 경험없이 욕심만… 마음 열리니 연기도 훨씬 자연”
강 “후배가 리드 해줘 즐거워 어디서도 못 본 춤으로 보답”


“감염병 확산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막 발레입니다. 아직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는데도 공연장을 찾아주실 관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그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드릴 거예요.”

‘오네긴’ 개막을 이틀 앞둔 1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강미선(37)·이동탁(32)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네긴’은 ‘20세기 최고의 드라마 발레’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196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한 이후 세계 주요 발레단이 꾸준한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이동탁·강미선은 각각 자유분방한 귀족 오네긴과 순수한 시골 소녀 타티아나를 연기한다.

강미선은 2009년 국내 초연 이후 타티아나 역할만 다섯 번째이며, 이동탁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타이틀 롤을 맡았다. 강미선·이동탁 외에 유니버설발레단의 또 다른 수석 무용수인 이현준·손유희 부부가 ‘더블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26일까지 계속된다.

이동탁은 “7년 전 공연 때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았다”며 이번에는 한층 물오른 춤과 연기를 선보이리라고 벼르고 있었다. “무용수에게 ‘오네긴’이라는 작품에 참여하는 건 최고의 영예이자 영광이에요. 탄탄한 기본기에 행운까지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2013년엔 경험은 부족한데 욕심만 앞서느라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동작을 익히는 것만도 버거워서 연기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죠. 그땐 강미선 선배한테 처음부터 끝까지 업혀 가듯 의지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다를 거예요. 2017년에도 오네긴을 연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목 부상 때문에 중도 하차한 쓰린 기억을 이제 날려버려야죠.”

새롭게 눈을 뜬 연기의 디테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려는 찰나 강미선이 말을 받았다. “예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호흡이 좋아졌어요. 춤과 동작을 완벽히 숙지한 상태에서 이제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게 느껴져요. 동탁이가 후배이면서도 능숙하게 ‘리드’해주니 너무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이동탁은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땐 오네긴을 뼛속까지 ‘나쁜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타티아나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했다가 뒤늦게 사랑을 받아달라고 애걸하는 오네긴을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니까 오네긴에 대한 연민이 느껴져요. 인물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니 연기가 훨씬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두 사람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을 지목해달라고 하자 서로 다른 대답이 나왔다. 강미선은 “모든 장면이 버릴 게 없을 만큼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3막에 등장하는 ‘파드되(2인무)’를 꼽고 싶다”며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는 남편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오네긴의 뒤늦은 구애를 뿌리치지만 가슴 깊이 박힌 슬픔과 회한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이동탁은 이 파드되가 펼쳐지기 직전의 회상 장면을 선택했다. 그는 “타티아나를 만나러 가기 전 어리석기만 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신(scene)”이라며 “들쑥날쑥했던 오네긴의 감정선을 관객과 다시 한 번 되짚은 다음 피날레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제일 사랑하는 장면은 이렇게 달랐지만 관객을 향한 마음만은 미리 입을 맞춘 듯 똑같았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이런 국면에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은 진정으로 발레를 사랑하는 관객이 아니겠느냐고요. 오네긴이 타티아나를 향해 격정적인 사랑을 쏟아붓듯, 감염병을 뚫고 극장을 찾는 관객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어디서도 보지 못한 멋진 춤과 연기로 표현해야죠.”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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