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보훈’의 의미나마 제대로 알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예비역 육군 중장이기도 한 박삼득 처장은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을 약력 소개 과정에 “임시정부 대통령” 출신이라고 했을 뿐, 추모사 내내 “박사”로만 불렀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호칭을 회피한 것으로, 뭘 노리는지도 묻게 한다. 보훈처는 뒤늦게 “향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문재인 정권이 ‘초대 대통령’ ‘건국 대통령’ 등의 표현을 기피해온 사실과 무관할 리 없다.

보훈처는 ‘6·25전쟁의 영웅’인 백선엽 장군도 별세 후까지 욕보였다. 국립대전현충원에 지난 15일 안장된 다음날 홈페이지의 안장자 정보에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고 올렸다. 노무현 정부의 낙인을 거듭 공식화하면서 육군장(葬) 취지마저 뒤집은 셈이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법적 근거도 없이 지난해 3월 ‘친일 장성’ 정보의 표시를 결정한 사실도, 안장자 11명에 대해 그런 낙인을 명시해온 것도 모두 감추려고 쉬쉬해왔다. ‘문 정권의 코드’에 따랐기 때문인 것으로 비친다. 20일 보도된, 진보 정치학계의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를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 교수는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 특정 정치인을 열정적으로 따르는 ‘빠’ 현상은 강고한 결속력과 공격성을 핵심으로 한 정치운동”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만든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부르기조차 꺼려하고, 북한의 남침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자유민주주의 조국을 구해내는 데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백 장군 매도에 급급해하는 문 정권은 이제라도 빗나간 국가관과 역사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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