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딸이 베트남에서 임시로 현지 국적을 취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국적을 얻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20일 법무부 국적과는 지난 1일 김지혜(9·베트남명 뉴겐 헝 안) 양 측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적보유판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김 양은 초등학교 등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건강보험·사회복지 등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도 얻게 됐다. 탈북민이 국적 비보유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이긴 첫 사례로 알려졌다.

김 양의 국적 취득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지난 2010년경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당시 임신 중이던 어머니 송모 씨는 압록강을 건너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로 탈북했다. 송 씨는 중국에서 탈북민을 돕던 미국인 목사 어네스트 임산드(41) 씨 부부의 도움으로 2011년 8월 27일 김 양을 낳았고 송 씨가 돌연 떠나면서 목사 부부가 김 양을 친딸처럼 길러왔다. 목사 부부는 2012년 중국 정부가 탈북민 단속을 강화하자 베트남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 양이 한국에 가려면 베트남 국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목사 부부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베트남인 부부 쪽으로 일단 김 양의 출생신고를 해 베트남 여권과 비자를 받아 2014년 9월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후 김 양 측은 친부모가 북한 출신인 점 등을 근거로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이 주어진다며 소송에 나섰다. 법무부는 재판 과정에서 친부모 정보가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대법원이 목사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 김 양 측이 낸 각종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김 양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했다. 김 양은 법무부의 국적보유 판정 이후 절차를 거쳐 ‘110827’로 시작하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받게 됐다.

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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