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서울시 그린벨트를 풀어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역풍에 꼬리를 내리자마자, 여당에서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연설에서 “국회·청와대·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면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폭등으로 흔들리는 민심에 놀란 정부·여당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지만, 수도까지 이전하겠다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수도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공약이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違憲) 판정이 났다.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데도, 김 원내대표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단순히 부동산 대책만은 아닐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수도 이전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했는데, 김 원내대표 제안도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겨냥한 정략일 수 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핵심을 외면한 채 주변부에서 변죽만 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일 “시중 유동성 3000조 원을 생산적 투자에 유입시켜야 한다”면서 기업형 벤처 캐피털(CVC) 도입을 제안했다. CVC 도입 자체야 반대할 일이 아니지만, 부동산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부·여당의 과도한 규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CVC가 도입돼도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당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 법안을 줄줄이 발의하고 있다. 양도세 최대 80%까지 인상, 종합부동산세 2배 인상, 임대차 계약 무기한 갱신 등 대부분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반(反)시장적 법안들로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 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보유세 때문에 1주택 가구조차 가혹한 세금의 피해를 호소하는 지경이다. 서울 57만 가구의 재산세가 상한선인 30%까지 올랐다. 심지어 부동산 때문에 법적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까지 있다고 한다. 집값을 잡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서울 주요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을 허가하고 용적률을 높여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한다. 또 재택 근무 확대와 낙후 지역의 교육·의료·문화 시설 건설 등 수요 분산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근본 대책을 외면하고 정략적 꼼수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면 성난 민심에 기름만 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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