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문제로 오락가락 하다
불만 여론에 지지율 하락하자
文 ,어제 “유지해야”…결국 원점
대선주자들도 혼선 가중시켜
‘정책 컨트롤타워 실종’ 비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프닝’을 되짚어 보면 결국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결론에 이른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여당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냈지만 2주가 넘는 시간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신뢰를 잃어버린 탓에 정책 컨트롤타워가 앞으로 작동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배제한 다른 공급 방안을 찾기에 여념이 없지만 무엇보다 다른 대안들이 과연 ‘획기적인’ 공급 카드로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19일 허비하고 원점으로 회귀까지 = 사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여러 측면에서 정부·여당에는 중요한 카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주문한 이후 정부 내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여당에서 추진할 뜻을 먼저 대외에 알리면서 정책 속도감도 붙었다. 서울시의 반대도 있었지만 이는 장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법 시행령 조항이 있었기에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문제는 여권 내부에서 발생했다. 개인의 정치적 실익만을 따진 여권 내 대선 주자 및 주요 정치인들이 ‘그린벨트 해제 반대’ 목소리를 분출하면서 비화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방송을 통해 ‘그린벨트 해제 신중론’을 언급한 데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그린벨트 해제 반대”를 밝혔다. 당 대표를 노리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그린벨트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20일에는 ‘국민이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가 공개되기도 했다. 정책의 실효성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의견 차원에서 나온 반대였다. 결국 갖은 혼선 끝에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남겨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마디로 정리됐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어렵게 꺼내 든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정치인들의 오락가락 의견 충돌 속에 ‘없던 일’로 원점 회귀한 셈이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 신뢰는 더 추락 = 공급대책 발표 약속 기일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과연 정부가 실효성 있는 공급 방안을 내놓을지 시장의 의구심은 더 커졌다.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그린벨트 해제 유효’ 입장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묻히면서 ‘과연 정책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지난 17일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기 전 문 대통령과 분명히 상의했고, 추진에 재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후 정책에 사실상 책임이 없는 대선 주자들이 여론의 분위기에 따라 반대 입장을 잇달아 내놓아 혼선을 가중시켰다. 정책 혼선으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문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이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원점 회귀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얻은 바는 시장의 신뢰 추락과 향후 정책에 대한 불신뿐이다. 청와대 정책 책임자의 말도 뒤집히는 상황이 발생하며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이 상실했다는 점에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6대책 때 내놓은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을 포함해 서울 지역(기존 7만 가구 공급계획)에 최소 10만 가구 이상은 공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태릉골프장 부지에 더해 서울 중소 규모 유휴지와 도심 용적률 상향 등을 포함한 물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삼동 스포월드, 대치동 코원에너지 부지 등 사유지의 공공기여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급 카드의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무엇보다 신뢰 상실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정민·김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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