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로 유학 간 손자, 토요일이면 오려나 동네 우물가 언덕에 앉아 기다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그리운 마음에 불러 봅니다. 저희 곁을 떠나신 지 할머니는 36년, 할아버지는 34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산천이 녹음으로 짙어가는 7월 하순입니다.
콩밭에 콩들도 제법 자랄 때이고요. 할아버지 심부름을 가는 길에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하려 콩밭 큰 콩잎 밑에 머리를 숨기던 기억도 생생하답니다. 어디서 살아도 항시 마음이 가는 곳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저 남쪽 고향인 것 같습니다.
늘 근검절약의 생활관을 강조하셨고, 초등학교 때 밤이면 등잔불 밑에서 옛날얘기 책을 읽어 주면 귀가 즐겁다 하시던 것은 손주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시려는 깊은 뜻이었음을 늦게나마 헤아려 봅니다.
어느 초여름날, 급체한 손주를 데리고 한 시간 정도 걸어 ‘체내리는 집’에 가면서 몹시 안쓰러워하시던 할머니의 표정이 아직도 이 손주 마음 한편에 머물러 있습니다. 토요일이면 광주로 유학 간 손주가 올까 동네 우물가 언덕에 앉아 기다리곤 하셨다는 옆집 아주머니 얘기를 훗날 듣고 얼마나 마음이 뭉클했는지 모릅니다. 할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결혼 후 시골에서 1박하고 상경할 때 쌀쌀한 그 새벽에 마을 언덕 먼발치에서 잘살라는 당부와 격려가 담긴 무언의 눈빛을 주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계시는 곳은 어떠세요? 저희가 사는 모습 내려다보고 계시지요. 모두 잘살고 있답니다.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힘드셨을 때 저 먼 곳에서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가 내려다보신다며 평온을 찾으시려던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만나셨으리라 믿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철없던 손주는 꽃피는 봄, 낙엽 지는 가을이 오고 가니 어느덧 60대 후반이 됐답니다. 손녀도 둘이나 두었고요. 지난 4월 셋째 주 일요일에는 후손들과 선영을 찾아 인사를 올렸답니다. 두 분 산소 앞에서는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리운 할아버지, 할머니 그곳에서도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손자 김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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