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속
고용·투자 동시확대 목표
실효성 있는 사업 선별하고
사회갈등 최소방안 찾아야
녹색 인프라·모빌리티 등
정부, 그린뉴딜 밑그림 공개
새로운 지속가능 성장모델
가지 않았던 제3의 길 모색
그린뉴딜은 ‘그린’(녹색)과 ‘뉴딜’(대공황 극복을 위한 경제 부흥 방안)이란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환경 변화 대응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석탄 같은 화석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즉 저탄소 경제·사회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용과 투자를 늘린다는 게 기본 취지다. 환경과 경제를 함께 잡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에는 그린뉴딜을 통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다. 미국의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은 그린뉴딜의 3대 핵심 목표로 기후(Climate), 일자리(Job), 공평(Equity)을 들기도 했다. 국제 사회가 당면한 기후 문제를 타개하면서 혁신 성장의 길로 이끌 열쇠로 그린뉴딜이 떠오르긴 했지만, 효과를 거두기 위해 거쳐야 할 난관도 적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그린뉴딜 취지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사업을 선별해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추진 과정에서 정책 목표가 상충하거나 이해집단 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큰 만큼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조율과 타협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24일 “정부가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긴 호흡으로 환경 산업,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그린뉴딜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발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으로 기후·경제·불평등 세 마리 토끼 잡는다 = 그린뉴딜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7∼2008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완전히 새로운 정책은 아니라는 의미다. 세계화에 관한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이 칼럼에서 ‘에너지 산업에 투자해 경제를 부흥하자’고 제안한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대중화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역시 지난해 말 ‘그린딜’ 계획을 채택했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은 상향하고 화력 발전 비중은 하향하는 한편, 환경친화적 상품·기술 기업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로벌 화두인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린뉴딜과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50조 원을 투입해 98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청와대도 이번 그린뉴딜에 대해 “녹색성장의 연장 선상에 있다”고 설명한다. 14일 공개된 그린뉴딜 방안을 보면 기본 구조는 ‘녹색성장’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0∼2025년 73조4000억 원(국고 42조7000억 원)을 투자해 온실가스 1229만t(2025년 국가 온실가스 목표량의 20.1%)을 감축하고, 65만9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석유나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 방식 대신 태양광 등을 이용하는 소용량 발전 에너지 체계)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가지 방향에 따라 8개 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또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국토·해양·도시의 녹색 생태계 회복 △깨끗하고 안전한 물관리 체계 구축 △에너지관리 효율화, 지능형 스마트그리드(기존 전력망+정보통신기술 접목) 구축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 △녹색 선도 유망기업 육성 및 저탄소·녹색산업단지 조성 △연구·개발(R&D), 금융 등 녹색혁신 기반 조성 등이다.
예컨대, 그린 리모델링의 경우 지어진 지 15년이 넘은 노후 공공부문 건축물에 고단열 벽체, 고성능 창호, 환기시스템 등을 적용해 에너지 성능을 향상, 저소득층 등 생활 환경도 개선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 공공임대주택 22만5000가구, 어린이집·보건소·의료기관 2170동(2021년까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고성능 단열재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건축 보수, 인테리어, 에너지 기자재 산업 등 관련 산업 내 일자리를 창출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며 경제도 회복시키고 생활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녹색 공장이 있다. 2022년까지 온실가스·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저배출하는 스마트 생태공장 100곳과 클린 팩토리 1750개소를 구축한다. 스마트 생태공장은 폐열·폐기물 재사용, 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오염물질을 최소화한 공장이다. 클린 팩토리는 기업별 배출특성 진단 및 오염물질 저감 설비·기술 지원을 의미한다.
◇가지 않았던 길…과제도 첩첩산중 = 그간 전 세계적으로 그린뉴딜이 진행돼 온 만큼 성공 사례도 나온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기차 생산기업인 ‘테슬라 모터스’의 발전이다. 오바마 정부는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크게 늘렸고 이때 테슬라도 크게 성장했다. 또 당시 가정집 단열을 강화하는 사업에 재정을 투입해 8500명가량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 이후 석탄발전 비중은 2008년 48%에서 2016년 30%로 줄었다.
일부 성공에도 불구하고 산적한 과제는 헤쳐나가기가 더 어렵다. 그린뉴딜이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지속해 온 화석 연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우선,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실효성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다.
재정 악화를 최소화하며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업을 추진하는 일도 쉽지 않은 문제다. 벌써부터 국민이 힘겹게 낸 혈세가 ‘무늬만 그린뉴딜’로 둔갑한 채 엉뚱한 사업에 쓰이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에너지보다 원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 우려도 더 커졌다.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책 간 상충, 이해집단 간 갈등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그린뉴딜이 자칫 환경 규제로 작용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친환경 정책이 기업에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도록, 기술 지원 등 기업 친화적이면서 의미 있는 정책으로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하나로 추진 중인 ‘탈(脫)원전’을 둘러싸고 사회 갈등이 상당하다. 그린뉴딜 실행으로 신재생에너지가 확산하면 기존 에너지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전통적 에너지 산업의 반발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경우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8년 ‘탈탄소위원회’를 꾸려 석탄 발전 감축에 따라 타격을 입는 석탄 광산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구 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공장을 셧다운하니 대기 질이 좋아졌다”며 “환경과 관련한 강제적인 실험을 한 셈으로, 그린뉴딜을 추진할 모멘텀(계기)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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