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파잉 테스트 2시간 관람
머리 버티며 왼쪽벽 구축 감탄
따라하니 비거리·정확성 향상
구력 39년에 작년 첫 홀인원
베스트 72… 최근 핸디캡 12
68세에 일하고 공치니 감사해
골퍼로서의 꿈 ‘에이지 슈터’
강성종(68) ㈜휴렘 대표는 새로운 인생을 제주에서 개척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제주 오라CC에서 지인과 라운드를 앞둔 강 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는 제주에서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운영 중이다.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LED 관련 부품 조달이 주력 아이템이다. 강 대표는 한화그룹을 거쳐 독일,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 컴퓨터, 정보기술(IT)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해왔다.
특히 22년 동안 미국의 다국적기업 듀폰사에서 근무했고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환갑에 독립했다. 2013년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와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창업했다. 그것도 전혀 연고가 없던 제주에서. 강 대표는 제주로 눈을 돌린 이유에 대해 “제주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고이자 발전 가능성이 가장 컸기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60세가 넘어 시작한 녹록지 않던 제주생활. 위안을 준 건 골프다. 사업 초기엔 주말마다 서울로 가족을 만나러 갔다. 이후 제주에서 사귄 지인들과 골프장을 자주 다니면서 주말에도 제주에 눌러앉은 경우가 많았다. 강 대표는 골프를 1980년대, 30대 초반 시작했다. 듀폰사의 싱가포르 지사 근무 시절이었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작은 도시국가지만 골프장이 26곳이나 있고,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센토사골프장을 자주 찾았다.
강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72타. 1990년대 센토사골프장에서 작성했다. 싱가포르 지사 근무 시절 미국 본사에서 부회장이 왔을 때 강 대표가 수행했다. 휴일에는 부회장과 회사회원권이 있던 센토사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다. 그런데 부회장 앞에서, 1번 홀(파4)을 시작하자마자 어프로치 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가 이글을 작성했다. 이런 에피소드 이후 우연인지 몇 달 뒤 강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델라웨어의 본사로 발령 났고 임원으로 승진했다.
강 대표의 기량이 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남에게 지는 게 싫어 한낮 무더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장을 부지런히 다녔던 그는 센토사골프장 외에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탄종부트리골프장 멤버십을 갖고 있었다. 당시 프로들이 아시아 퀄리파잉 테스트를 하는 것을 2시간 정도 지켜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그 이후 70대로 진입하더니 나이가 40대로 접어들어선 주로 70대 스코어를 쳤다. 특히 자신과는 달리 프로들이 릴리스하면서, 머리를 끝까지 버텨주며 몸에 벽을 만들어 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로 인해 비거리를 늘리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 머리에 쏙 들어왔다. 그는 지금도 샷이 흐트러질 때마다 항상 그립을 먼저 체크한다. 기초가 가장 중요하고 단단해야 건물이 오래 버틴다는 설명도 했다.
강 대표는 특히 업무로 알게 된 중국인들과 잦은 라운드로 기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워낙 내기를 좋아해 친근해질수록 판돈이 커졌다. 그들은 전대를 몸에 차고 다녔고 돈이 떨어지면 라운드도 끝났다. 처음엔 푼돈으로 끼었다가 갈수록 부담을 느낀 강 대표는 의도적으로 중국인들을 멀리했다.
강 대표는 지난 7년 동안 작지만 알찬 회사를 운영해왔다. 그가 제주를 택한 직접적인 이유는 제주가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청정지역 청사진을 밝혔기 때문. 그는 10여 명의 직원과 함께 2년 전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람 있는 날 돈 벌어 좋고, 바람 없는 날 공치러 가서 좋다’는 생각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하러 제주에 내려왔다. 강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경기 영향보다는 정책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처럼 지역민 동의가 사업 인허가의 우선 조건이다 보니 주민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현재 핸디캡은 12로 80대 스코어를 주로 기록하지만 70대 타수도 종종 나온다.
강 대표는 지난해 8월 제주 오라CC 남코스 17번 홀(파3)에서 골프 입문 39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다. 140m였지만 내리막 지형이어서 9번 아이언으로 쳤는데 홀로 들어갔다. 제주 지역 지인들과 함께한 라운드였는데 때마침 이 홀에는 홀인원 부상으로 고가의 ‘컴포트화’가 걸려 있었다. 자신은 물론, 동반자들도 모두 신발 한 켤레씩을 선물받았다.
강 대표는 골프를 40년 가까이 칠 수 있었던 이유로 가장 먼저 ‘골프는 해도 해도 새로워 끝이 없다는 느낌’을 꼽았다. 두 번째는 자기관리다. 골프 치는 게 시간 낭비가 아니라, 5시간 동안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고 골프를 치면서 상대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 대표는 나이가 들면서 집착이 사라졌다. 또래 친구 중에서 아직 자신처럼 일하는 인원은 20%도 채 안 된다. 이전에는 바라는 게 더 많았다면 언제부턴가 ‘감사’로 바뀌었다. 지금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강 대표는 “이 나이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것,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내가 여러 사람과 같이 골프를 하는 것에도 감사하고, 이젠 불러주기만 해도 좋다”고 말했다.
최근 70대 스코어를 2∼3차례 정도 기록했다는 그는 “사업하다 보면 상대에게 맞춰줄 때도 많지만, 젊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골퍼로서 꿈은 에이지 슈터”라면서 “몇 년 후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비거리 210∼220m를 보내는데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퇴근 후면 어김없이 1시간 이상 동네를 걸어 다닌다.
제주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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